특이하거나, 아님 특별하거나

시 쓰는 소년. 나는 시 쓰는 군인입니다.

by 시 쓰는 소년

코로나 시기.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그 시기에 나는 처음으로 시를 써 내려갔다.

그 이전까지는 나 역시 바쁜 현대인임을 자처하며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 열정을 쏟으며 일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스스로 평가를 했다. 그러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없었고, 오로지 일에만 집중을 했는데 코로나 시기가 오면서 한동안은 야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야근이나 주말 출근의 횟수가 줄어들면서 자연히 나만의 시간이 늘어갔다. 그러나 일 외에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 어떠한 고민도 해 보지 않았고,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잘 몰랐다. 그렇게 가만히 생각만 하던 어느 날. 봄날이 찾아왔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가만히 앉아 먼산을 바라보다가 문득 발아래 움트는 어린 풀들을 보게 되었다. 야리야리하고 야들야들한 색감을 지닌 어린 새싹들. 그것이 나중에 커서 잡초가 되든, 아니면 들 꽃이 되든 알 수는 없었으나 내게는 갓난아이의 모습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이것을 유심히 보면서 문득 '시상'이라는 것이 떠올라 몇 자를 적은 것이 벌써 햇수로는 5년째가 되어가고 있다. 자작시를 쓰기 시작한 때가 그때였다.


아래 사진은 코로나 시기에 대한 통제가 조금은 완화되는 즈음에 근처의 계곡에서 찍은 사진이다. 돌을 거꾸로 쌓아 올린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생각이 잘 나지는 않았지만 종종 끝이 뾰족한 돌을 거꾸로 세우는 것에 재미있어하는 나를 알게 되었다. 무게중심은 이렇게 잡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가끔은 누구 보란 듯이 세워 놓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시를 쓰고, 자연을 좋아하고, 돌을 수집하고, 돌을 쌓아가는 좀특의 유전자.

와이프는 그런 나를 보면서 '독 짓는 노인'이라는 별명을 붙어주었다.


어제의 일이었다.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자작시를 쓰는 브런치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이미 예전부터 관심작가로 등록해 두었던 분인데 프로필을 유심히 보지 않아서인가. 그가 군인인 것을 그동안 군인인 것을 몰랐었다.


그렇다. 나의 직업은 군인이다. 블로그나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남기면서 그동안은 나의 직업에 대해서 밝힌 적은 없었다. 다만, '직장생활, 회사생활' 정도로 표현을 했는데 그 배경에는 군인이라는 특수(?) 특이(?)한 직업을 나타내는 순간 어떤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 그리 했었던 것 같다. 알고 보면 독짓는 노인인 나는 군인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이제 20년차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군인이면서 시를 쓰는 나를 보고 주변에서 굉장히 특이하다? 또는 의외다 반응을 보였다. 왜지?? 알고 보면 군인이기 이전에 같은 사람인데, 군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아마도, 군인이 가지는 이미지는 씩씩하고 강건한 모습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이처럼 섬세한 마음으로 단어를 엮는 시를 쓰는 군인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의외의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접한 군인 시인은 그런 나와는 다르게 군인임을 밝히며, 여러 편의 자작시를 담아내셨다. 그리고 돌을 쌓으면서 쓴 시를 읽게 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나와 같은 군인이면서 시를 쓰고 계시는 작가님. '특이한가? 아니면 특별한가?' 게다가 나와 비슷하게 돌을 쌓는 취미가 있으시네. 그걸 보면서 나는 왜 그동안 밝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사실 직업을 밝힌다고 해서 나의 시 쓰기에는 큰 영향은 없기 때문에 밝히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처음 내가 군인임을 밝히면서,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나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시 쓰는 소년'의 마음의 본질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는 것. 늘 같은 마음으로 문학을 대하며, 평생을 이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드러나는 성공이나 성과가 없어도 나는 시를 쓸 것이다. 행여나 내가 만족할 만한 시를 쓰게 된다면 필요한 누구에게 링크정도 보내며 공감을 주고 힘이 되어주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크게 몰라줘도 괜찮다. 내 속에 감춰진 무언가를 끌어내는 과정. 그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 속에 내가 있으니까. 그 마음 내가 아니까.


p.s 돌탑 쌓는 시 쓰는 군인작가님 덕분에 용기가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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