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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석영 씨어터 Jun 15. 2024

서녘

서녘 Sunset (2024. ink & oil pastel on korean paper. 91x69)

 넘쳐나는 그림의 소재들 중 나는 하필 지금의 것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할 때, 이것과 나는 분명 헤아릴 수도 없는 시간과 공간의 좌표 위 한 점에서 만났고 질기디 질긴 끈으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한다. 그 순간 그것은 나의 뮤즈이며 내 의식의 리더가 된다. (2018 기록 중.)

 이렇게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놀이-내게는 그리는 행위-를 하다 보면, 사물에 종속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이 내 의식의 지분을 차지하는 것에 너그러워질 수 있다. 왜냐하면 부여한 자는 부여된 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 의식이 온통 나 자신으로 꽉 차있으면 내가 외부의 것을 이해하기보다 그것들이 나를 잠식하는가 여부에 곤두선다. 하지만 나의 영역의 군데군데를 타자, 타물을 위해 내어 주면 장차 내 지평은 푸코의 연장통처럼 아직 조우한 적 없는 존재들을 위한 만물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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