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은 다스려지지 않은 힘으로 형성되었고 인간은 골짝에 자리 잡아 조절된 형식의 집을 짓고 인위의 제도를 만든다. 창조란 태초에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에너지의 의도되지 않은 작업과 그 결과물들의 의도적 행위가 만나는 그 자체이다. 그것이 어떤 외관이든 상관없이 이미 그 두 형성 조건으로서 ‘창조’라고 정의될 수 있는 것이다.
‘나’라는 마을은 때로 굽이진 협곡 사이에 있기도 하다. 그 마을이 끝나는 문턱을 넘어갈 쯤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협곡과 설산들이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듯 아주 평온히 제 자리하고 있었다. 분명 거칠고 시려 달음질쳐왔는데, 실은 저리도 아무 일 없는 것들이었다. 시간은 나를 어지럽히는 온갖 잡음들인 것 같아도 결국은 단지 나의 비명일 뿐이며 사방을 막고 있는 단단한 절벽인 것 같아도 결국은 얄팍한 비닐막일뿐이다. 하지만 그 착시와 착각은 인간이 각자의 삶을 끊임없이 창조하게끔 견인하는 필수 조건이다. 나는 그 문을 ‘농담의 문’이라 이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