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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Jul 18. 2024

가장 행복했던 순간

결혼하는 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당연코 12년 전 결혼하는 날입니다. #몹글의 오늘의 글감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제시되자마자, 몇 장면을 떠올려봤는데, 이 날만큼 길게 웃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예식을 준비하는 아침부터 예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입이 귀에 걸리도록 즐거워했던 것 같습니다. 몇 번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12년 전에는 30대 후반에 결혼하는 것이,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경우였습니다. 정말 결혼을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도 많이 했던 저라서 그런지, 결혼한다는 그 사실에 정말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정말 그 순간의 감동은, '이젠, 평생 행복할 거야'라는 착각을 갖게 하기에 너무나 부족함이 없는 충분한 행복감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결혼은 현실이다'라고 말했었죠. 저는 결혼할 당시에 모아둔 것 하나도 없는 '무계획 인생자'였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10년 이상 개인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을 만큼, 소위 잘 나가는 원장님이었기 때문에, 저에게 알게 모르게, '자격지심' 같은 게 작용하면서, 아내가 뭘 말하면, 꼭 저를 무시하는 투의 말들도 들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들으면, 아무런 의도가 없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는 제가 아내의 눈치를 보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 거 아닌 일에도 다툼이 많았습니다.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이들이 하나, 둘 태어나고 이젠 한 가정의 남편의 역할만이 아니라, 아빠의 역할까지도 해 내야 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이 둘을 키우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레 찾아오는 질병들, 입원들, 처리해야 될 일들, 양 쪽 집안 행사 참석, 정말 모든 것들이 다 처음 접해보는 것이라서, 아내와 저는 당분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나, 둘 씩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서로 예민해진 상태에 잘못 불씨가 댕겨지면, 싸우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정말 저희 둘은 지인 소개로 1년 정도 연애하다,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서둘러서 결혼한 경우였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해 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싸우다 보면, 이미 마음 한편에선, '우와, 진짜 안 맞네! 이럴 거면, 그만하자. 여기서 끝내자!'라는 소리가 턱 밑까지 차 오릅니다.


'그럴 거면, 이혼해!!'라는 말과 생각이, 하루종일 머릿속을 가득 채운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꺼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 말은 단 한 번이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결혼 초에 저 스스로 혼자 다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욱아, 결혼은 왜 했니?'라고 저에게 물어봅니다.


'그래 정욱아, 행복하려고 결혼했잖아, 네가 선택한 여자, 행복하게 해 준다고 약속했잖아.' 맞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고, 결혼 당일날의 사진들을 꺼내 봅니다. 


정말 행복했던 그날, 아내와 결혼하던 그날. 정말 평생 그런 날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초대했고, 그날은 저와 아내를 위해서 모두 모여준 날이고, 내가 실수해도 웃어주시고, 내가 작은 몸짓만 해도, 빵빵 터지고, 축가 또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지인 형님께서 손수 준비해 주셨습니다. 정말 잔치였습니다. 


전 결혼생활이 팍팍하고 힘들 때마다, 결혼식 사진을 꺼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다시 결혼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아서,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를 결혼하게 해 준 아내를 더 생각하게 되고, 결혼해서 그래도 더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준 것이 아내이기 때문에, 아내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결혼하고 6~7년까지도 서로 예민할 때도 있고, 다툴 때도 있었지만, 결혼 12년 차인 지금은, 아침에 아파트 헬스장도 같이 가도, 서로 눈을 보고 마주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따뜻한 사이로 지내고 있답니다. 


저는 저의 아내를 보호해 주고 사랑해 줄 의무와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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