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오늘 글감은 '나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이런 글감도 너무 좋은 것 같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보면서, 최근에 나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살펴 볼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 시점이 너무 신이 난다. 얼마전에 읽은 '퓨처셀프'라는 책을 보고, 10년 뒤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찾아와 안부를 묻는 그런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도 괜찮겠지만, 오늘은 현재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보려고 한다.
정욱아, 요즘 어때? 대개 바쁜 것 같던데? 피곤하진 않아? 잠도 너무 안 자고 일하는 것 같아서 한번씩 안스러울 때가 있어. 우쨌든, 네가 건강해야 가족을 책임질 수 있으니까. 좀 쉬면서 해도 좋을 것 같아.
내가 이런 말 해도, 너는 내 말이 잘 안 들어오잖아. 너는 왜 그렇게 가만 있지 못하고 뭘 자꾸 할려고 해?
무슨 병 있는 거 아니야? 왜 그렇게 뭘 해야한다고 생각을 하고, 뭘 가만히 있고, 하는 일 없으면, 혼자 '이러면, 안 되는데, 뭐라도 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하잖아. '그거 병 아니냐고?'
가만히 있지 않고, 자꾸 뭘 하고 있는게 그렇게 좋아? 아이고 못 말리겠다. 니가 좋다는데, 말릴 장사 있냐?
내가 말리진 않을 테니까, 제발 무리는 하지 말자. 알았지? 니가 오래 살아야 가족들이 덜 고생하지. 이제 아이들도 초4, 초1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한 20년 더 벌어야 하는 거 알지? 그런거 생각하면 니가 나이는 적지 않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 가만히 보니, 니가 그렇게 바둥바둥 하는 게, 이제 이해가 좀 가네. ㅎㅎ
그래도 요즘, 널 보니, 안심이 드는게, 운동을 꽤 꾸준히 하는 것 같데? 왜 일이냐? 학원 일 한다고, 그렇게 바쁘다고 생각하던 녀석이, 오전 시간 1시간씩 운동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우와 대단하다고 했어.
코로나 때는, 학원도 잘 안되고 과도한 업무량으로 폭식도 많이 하고, 밤에 편의점 들러서, 야간 간식과 탄산 음료를 거의 매일 밤마다 먹고 다녀서, 배에 허리띠가 장난 아니었는데, 지금 허리보면, 많이 들어 갔더라. 대단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겨서 그렇게 변했니?
아, 가족력이 당뇨가 있어서, 그렇게 계속 그런 몸매를 유지했다간, 당뇨는 당연하고 복합병까지 달고 살 것 같아서, 겁이 났던게지. 그래 잘 생각했어. 운동을 꾸준히 하니까, 허리에 복부비만, 내장지방이 많이 내려간 것 같아서, 보기 좋더라. 유산소 운동으로 체형을 조금 잡고 그 다음 근육 운동도 하게 되면, 앞으로 더 건강한 모습 기대된다. 정욱아, 난 니가 상체까지 건강한 모습이 되기를 상상하는데, 괜찮겠지?ㅎㅎㅎ 그래 한 2년 뒤에는 꽤 괜찮은 모습. 상상하고 기대할께.
그런데, 요즘 운동 뿐 아니라, 글쓰기도 하고 책도 읽으려 하고, 가정에서도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고, 학원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한테도 왜 그렇게 좋은 인상만 남기려고 노력하는거야?
그렇게 너 자신을 단속하고 살면 힘들지 않아? 이제 성인이니 남들이, 잠깐 흐트러진 모습 보인다고 해서, '뭐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없을껀데, 왜 그렇게 단속하고 사는지 모르겠어. 한번 이야기해봐.
뭐, 흐트러진 모습이 싫다고? 집에 아이들한테도 흐트러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고? 아내에게도 그런 모습 보여주기 싫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기 싫구나.
그냥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고, 노력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거지.
누가 뭐라고 그러지도 않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해?'
항상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낀다고? 항상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다고?
'그런데, 니가 노력하는 건 알겠는데, 니가 하는 노력이 작심삼일이 되는 계획도 많던데, 그런거 어떻게 생각해?'
아, 그런 모습 또한 너의 모습이라고...그냥 자기를 흐트러지지 않게 뭔가로 단속하고 싶어서, 이것 저것 하면서 노력하고 싶은데, 부족한 자아가 남아 있어서, 작심삼일 되는 날도 많은데, 그런 모습조차, 내가 나를 인정해주고 이해해주어야 하는 모습이라고. 그래 알았어.
앞으로도 나는 너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늘 응원할께. 니가 눈 감는 그 순간까지 나는 너와 함께 할 것이니, 우리 한번 계속 흐트러지지 않게끔 노력하고 한번씩 작심삼일 하더라도 너를 안아줄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