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바라보는 어른들에 대한 인식
오후 학원 수업이 시작되었다. 초등4학년, 5학년 수업이었다. 교실에서 하고 있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수업 10분 전, 아이들이 교실로 한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들어가도 돼요?" "응, 그래" 그렇게 한 두 명씩 인사하며 들어오면서, 자기들끼리 자리를 잡으려고, "너, 어디 앉을 거야? 나는 여기 앉을래." "그래, 그럼, 난 여기." 자리 앉는 것부터, 친구들이 숙제를 똑바로 해 왔는지까지 서로서로 확인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숙제했어?" "엉? 그것도 해야 돼?" "안 했어, 선생님한테 말해?!"
또 한 켠에서는, 초등 4학년 아이들이 끝말잇기를 시작하려나 보다. 보조 칠판에 둘이 서서, "먼저 해!" "음... 기차.." "차장...".... 그것을 지켜보던 5학년 누나가 "쟤들은 저게 재미있나 봐요?" "그러게, 저게 재미있을 시기가 있나 보다" 이렇게 답변을 해 주고, "너네도 4학년 때는, 끝말잇기를 재미있게 하지 않았을까? ㅎㅎ 그러고 보니, 너네 벌써 5학년이다. 그지? 좀 있으면 6학년도 되고 중학생도 되겠네?"
내 말을 듣고 있던 초6 아이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저는 빨리, 어른 되고 싶어요. 어른 되면, 공부도 안 해도 되잖아요!" 평소에 공부하는 것을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초등학교 6학년 친구의 이야기였다. 평소에 숙제 같은 것은 잘해 오는 편이나, 어쩔 수 없는 의무감에 숙제를 해 오는 친구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뭔가 바로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조금 기다렸다가 수업 중에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뒤, 숙제 검사를 하면서, 우리 친구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해 줄까. 고민했다.
아이들한테 한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늘어난 평균수명 이야기, 평생직장이 없어졌다는 이야기, 어른이 되어 공부를 하는 건 선택의 문제라는 이야기, 평균 수명이 늘어남으로써 하는 일에 이직도 많아지고, 또는 직종 변경에 따른 공부는 필수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내가 학생들에게 한 말이 아니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싶다.
그럼,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에 눈에 비친 어른들에 대한 인식이다.
좀 전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이야기한, "어른 되면 공부 안 해도 되잖아요!"라는 인식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보고 싶다.
그 아이에 대한 시선에서는, 어른이 되는 나이가 되면, 공부도 안 해도 되고, 친구들 만나서 술도 마셔도 되고, 담배도 펴도 되고, 나가고 싶으면 밤에도 마음대로 나가도 되고, 대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는 존재로 인식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다른 할 말도 많지만, 먼저 나의 아이들에게, 나란 아빠 어른은 어떻게 비칠까 걱정되었다. 그리고 또 우리 학생들에게도 나는 어떤 선생님으로 인식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 학생들의 리더이기도 하고, 영어라는 배를 타고 있는 한 배의 선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학생들은 영어라는 분야에서는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원 원장인 내가 그들에게, 앞으로 필요한 영어 공부의 바른 길을 안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삶의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평소에도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학생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였다.
나는 예전부터, 학생들에게,
"공부하면서, 배워야 할 것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도전해보려고 하는 마음이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 마디로, 학창 시절에 공부하는 것을 습관화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배움의 자세를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 학생들이 이 말의 뜻을 바로 이해해 주고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학생들을 이끌고 가는 리더로서,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삶의 태도가 필요한지도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 어른 되면 공부 안 해도 되잖아요?"
"그래, 그건 어른들의 선택이야. 어른들 중에도 평생 교육의 일환으로, 또는 직종 변경이나 이직에 대한 문제로 공부를 하거나, 자기 계발이라는 목적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는 어른들도 많단다. 나는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도, 영어 실력에 도움 되기 때문에 하는 것도 있지만, 좀 더 나아지기 위한 성장의 도구하고 생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기를 바란단다. 넌 이미 잘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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