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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Jul 31. 2023

글쓰기란 나를 지키는 법

나에게 글쓰기란?

얼마 전 영상을 보다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서 남겨본다. 철학교수인 최진석 교수님과 개그맨 사업가인 고명환과의 북토크 형식의 콘텐츠였다. 두 분은 시리즈물로 고전소설들을 소개해주고 교수님의 의견을 들어보는 내용이었는데, 그날은 '바다와 노인'에 관한 내용이었다.


본격적인 노인과 바다의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교수님께서는 돈키호테, 어린 왕자, 페스트, 데미안 그리고 노인과 바다의 순서로 책 소개와 그와 관련된 말씀을 하시고 계셨는데, 그 순서가 작가님 나름의 의도가 있었다고 말씀하신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이겨내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그만큼 자기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주변의 상황들과 맞서 보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은 상황들과 맞닥뜨려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보려고 하는 자세들이 공통적으로 있기 때문에, 이러한 책의 순서대로 소개를 해 왔다고 말씀하신다.


특히 노인과 바다는 나도 읽어봤는데, 산티아고 할아버지께서 자신의 소명이 고기 잡는 일이기에, 84일째 까지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았지만, 85일째 되는 날도 그만두지 않고 자신의 소명처럼, 그저 평상시 있는 일처럼 고기 잡으러 나간다. 너무나 많은 날들 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었기에 그날은 평상시보다 좀 더 먼바다로 쪽배를 타고 나가 본다. 그만큼 고기 잡는 어부로써 그날은 고기를 꼭 잡고야 말겠다는 다짐까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다, 엄청난 크기에 청새치를 잡게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이나 도구로는 도저히 한 번에 끌어올 수 없는, 그리고 자신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고기를 잡게 된 것이다. 큰 놈을 잡고 항구에 돌아갔을 때, 그동안 자신을 고기 한 마리도 못 잡는 노인네라고 무시했을 사람들에게 한 껏 분풀이도 하는 등의 부푼 꿈도 꾸었겠지만, 이내 곧 여러 차례의 상어 떼 공격을 받게 되어 그 부푼 꿈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공격을 받을 때마다, 청새치가 다치는 것도 다치는 것이지만, 그 먼바다에서 노인 혼자서, 그 상어들과의 사투를 벌이는 것은 목숨과도 직결된 아주 위험한 짓이었다. 하지만 산티아고 노인은 끝까지 잡은 고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사는 것이 더 큰 가치였다면, 상어들과 사투를 벌이는 도중에라도 그 청새치를 풀어주고 상어 떼의 공격은 더 이상 받지 않고 자신의 목숨은 더 이상 위협받지 않았겠지만, 노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 고기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소명인 어부의 자부심을 지키는 것이었고, 그 고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바로, 어부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지키는 것이었고, 그 신념을 지키는 것이 곧, 자신을 소중이 여기는 것이었다고 최진석 교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이렇게 자신이 생각하기엔 자신이 해야 할 일이나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마음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고 그것이 오히려 위험하고 부담스러워 보일지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더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살면서 소중히 생각하고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은,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의미 있는 성장에 대한 고찰과 실천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뭔지는 몰랐지만 나를 채우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 같고, 어릴 때는 책 읽는 것과 담을 쌓고 사는 놈이었기 때문에, 성장이나 나를 채우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살았었다. 모르고 살아와서 그냥 아무 욕구 없이 살아왔지만,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니, 뭔가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는 항상 있었었다. 그래도 그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갈 밖에.


하지만, 글루틴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글쓰기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지금의 마음과 다음 달의 마음이 달라질지 확신할 길은 없지만, 지금 느끼는 감정은 진심이다. 여러 가지 책을 읽게 되고, 영상을 보고 깨달은 것은, 나는 성장을 원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싶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죽을 때, 죽기 전에, 살면서 후회되는 일들이 생각난다고 하던데, 내가 죽기 직전에, 후회되는 것들이 있다면,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을 덜 했다는 것이 생각날 것이다. 글을 쓰게 되면서, 나를 채우지 못하고 공허하게 남아 있던 것이 채워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마음이 평생 가지고 가는 것은 한 번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면서, 나를 채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서,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다.


고로, 글쓰기는 나에게, 나를 나로서 지키는 것이다.



#글루틴 #팀라이트 #글쓰기는나를지키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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