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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Aug 02. 2023

내 인생의 화양연화

아이들의 편안한 얼굴

오늘 글감은 팀라이트 글향작가님께서 올려주신 '커피'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커피에 관한 글 말고 '커피'글을 내어 주시면서, 곁들이는 말 들 중에 꽂히는 단어가 있어서 그것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합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해 보세요.

내 인생의 화양연화, 가장 아름다웠던 그 순간을 말이에요.

나를 살아 있게 만들어주는 그 소중한 순간을요.


- 원대한 <그날 오후의 커피> 중에서


솔직히, '화양연화'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라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하고,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이번 휴가동안 경주를 갈 일이 있었는데, 경리단길을 걷다가 예쁜 식당이 있어서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 식당 이름이 '화양연화'였는데, 그 뜻도 모르고 그냥 예뻐서 들어갔다 왔네요.ㅎㅎㅎ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였더라.... 생각해 봅니다.


몇 장면이 떠오릅니다. 결혼식날, 아이들 태어난 날.... 이런 날들도 기억나지만, 그날들은 솔직히 정신이 없는 날이어서,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지금입니다. 


이 말이 식상하게 들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아닌가요?라고 물으실 수 있는데, 정말 저에게 '당신에게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입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편안하게 웃는 얼굴 표정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이었습니다.


저는 학원 방학 끝나고 수요일부터 정규반 수업도 시작이지만, 오전 특강이 있어서 저도 일찍 일어나야 했었고, 와이프와 아이들도 동네 친한 엄마들끼리 워터파크에 다녀오기로 한 날이어서, 와이프와 아이들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저도 오전 특강이 있는 첫날이라 조금 신경이 쓰이는 날이고 해서, 알람 소리에 금방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쿨쿨 자고 있고, 아내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누워있습니다. 자기 알람을 듣고 먼저 일어난 것 같은데, 잠이 좀 덜 깨서 소파에 잠깐 누워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여유 있게 일어났기 때문에, 출근준비가 그렇게 급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와이프 잠 좀 깨워줄까'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에는 단 번에 잘 일어나는 아내인데, 어제는 반나절 자유시간을 보낸다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회포를 푼다고 몸이 좀 피곤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안방에 가서 마사지 오일을 가져옵니다. 평소에도 조금만 걸으면 다리가 붓고 하는 체질이라, 종아리부터 마사지해 줍니다. 한쪽 한쪽씩 문지르고 그다음은 발바닥도 문지릅니다. 왜 발바닥에도 오장육부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발바닥만 마사지 잘해 주어도 혈이 몸에 돌기 시작하기 때문에, 아침에 몸을 깨울 때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좀 해주고 아내가 잠이 좀 깨 건 같길래, 마무리를 하고 있던 찰나에 안방에 자방에 있는 아이들 한테도 가서 조금씩 밟아. 그렇게 해주고 나서, 거실에 나와서 아내랑 오늘 있을 알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둘째 딸내미가 헤~웃으면서 엄마에게로 걸어가는 것 아니겠어요. 


아내는 연거푸, "어유~귀여워!" 이러면서, 딸내미의 얼굴을 막 비빕니다. 그러고 나서, 일찍 잠을 깬 터라 조금 더 자라고 권합니다. 그러자 딸내미는 그대로 엎드려 다시 잠을 청합니다. 저는 그 타이밍에 맞추어서 다시 오일을 살짝 발라 딸의 발바닥에 발라 주고 살짝살짝 눌러줍니다. 그러면서 다시 잠을 재웁니다. 딸의 얼굴이 편안해 보입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자고 있는 아들의 다리에도 마사지를 해 줍니다. 잠을 깨운다기보다는 몸에 혈을 돌게 할 목적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 "얘들아, 이제 일어날 시간이다. 일어나자~" 이 정도로만, 얘기하면, 아이들은 이내 곧 잠을 깹니다. 아들은 평소에도 아침잠이 많아, 얼굴이 징그러워져 있지만, 편안한 얼굴입니다.


저는 이렇게 아이들 편안한 얼굴을 하고 지내는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아이들은 곧 더 크겠지만, 지금처럼 해맑게 웃어주고 편안한 얼굴로 마주 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들이 화양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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