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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Oct 05. 2023

자책하지 마세요.

그럴 때가 있는가 봐요

아침에 일어나 첫째 아들 등교시킨다고 등마사지와 종아리 마사지 해 주면서 잠을 깨웠다. 평소 같으면 아들 등교 준비하고 엘베 타고 내려갈 때, 같이 타고 내려가서 배웅하고 나서, 바로 운동하러 가는데, 오늘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기운이 없었다. 새벽에도 잠이 잘 오지 않아 잠을 많이 못 잔 상태이기도 해서, 와이프가 눈치채고 "들어가서 좀 더 누워있어요".라고 말한다. 그 말 듣고도 어떻게 할지 결정(운동 갈지, 더 잘 지, 씻고 출근 준비할지)을 못해 갈팡질팡 하고 있으니, 


와이프가 다시 얘기한다. 

"어제 잠도 잘 못 잤을 것 같은데, 좀 더 누워있어요. 그리고 학원 일... 그렇게 자책하지 마요."  


그랬다.


어제부터 내가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기도 했고, 어제 새벽에 퇴근하는데, 와이프가 마침 회사에 제출해야 될 서류 정리한다고 그때까지 안 자고 있길래, 요즘 나의 무거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요즘에 내 상태가 안 좋아요. 학원에 애들도 좀 나가고, 나름 바쁘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요즘 뭔가 회복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 학원 침체기인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아니 요즘에 오빠뿐만 아니라, 경기 자체가 안 좋아서, 그런 것도 있을 거예요" 아내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뭔가 변화가 안 느껴지고, 어느 지점까지 회복이 안 되니깐 기분이 계속 다운되는 것 같고,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싶어요..."


"왜 그래요. 열심히 하고 있고, 그 정도 인원도 괜찮은 인원이에요. 너무 그러지 마요. 피곤하겠어요. 얼른 씻고 자요"


"알았어요" 이렇게 힘없이 말을 끝내고 허기가 져서, 냉장고 문을 열고 우유 한 팩이 있길래, 얼른 하나 까먹고 잘 준비를 했다.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뭔지 모르게 무겁다. 



그러다 깨어나 보니, 어느덧 오늘 아침이었고, 아들 깨워야 되는 알람 소리에 깨서 아들을 깨웠다. 그러고 나서 학교 가는 아들 배웅하고 나서, 아내가 "좀 더 자요. 자책하지 말고"


아내의 이 말이 오늘 아침에는 좀 더 위안이 되었다. 마음이 좀 더 놓이는 것 같았다. 아내는 내가 학원 일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면, 항상 "괜찮아요. 학생 수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아요. 학생 수 좀 줄어들면 내가 더 벌면 되잖아요." 이렇게 말하는 편이라, 참 위안이 많이 된다. 


아침에 와이프에게 다시 그런 위안의 말을 듣고, 마음이 좀 가라앉았는지, 좀 눕고 싶었다. 누우면서 잠깐 영상을 틀었는데, 우연찮게 배우 오정세 씨가 어느 시상식에서 tv부문. '동백꽃 필 무렵' 때문에 상을 받는 시상식 장면을 보게 되었다.  정말 오정세 배우의 한 마디 한마디 말들이 나에게 딱 맞는 말 같아서 한번 옮겨본다.



세상에는 참 많은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 보면 세상은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것은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 평소와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에게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동백이가 그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오정세 배우님 수상소감 중-


이 영상의 말과 와이프의 말.... 자책하지 마요.


라는 말 덕분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리고 오정세 배우가 한 말 중에, 마음에 와닿았던 말은,


"지금까지 100편 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하고....


100편 다 결과가 다르다는 건 좀 신기한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이 말을 들으니, 나는 늘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잘 되고 안 되고는, 내 탓이 아니라


그럴 때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결과에 흔들리지 말고, 내가 할 일을 그냥 묵묵히 하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고, 일이 손에 잡히는 것도 같았다.

아침까지는 정말 힘든 마음이 더 있었는데, 지금 또 글로 마음을 내어 놓으니


훨씬 더 마음이 좋은 것 같다. 


여러 작가님들께서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럴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글루틴 #애티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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