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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Oct 06. 2023

나는 라면을 조심해야 한다

과한 라면은 나에게 건강을 주지 않는다

라면... 너무 좋아하는 간식이다. 진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입맛에 딱 맞는, 신이 내린 나트륨 비율인 것처럼, 정말 맛있는 간식이다. 정말 정신 안 차리고 있으면, 삼시 세끼 다 라면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판이다. 


그런데, 라면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한다.


결혼 바로 전까지, 직장 생활하면서 고시원에서 지냈기 때문에, 솔직히 눈만 뜨면 라면이 주식이었다. 고시원에서 친한 동생들과 지내니까 누가 라면으로 삼시 세끼를 먹든, 뭐를 먹든,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라면을 종류별로 사놓고, 특별하게 먹을 게 없으면, 라면을 먹었다. 매끼를 먹어도 어떻게 그렇게 질리지 않은지 궁금할 정도이다.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내 인생에 결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충 먹고 지냈다. 그러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결혼 얘기가 오고 가고 할 때, 와이프가 건강진단서를 서로 떼 보자고 했다. 나는 '당연하지'라고 말하며, 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다. 


아니 웬걸... 빈혈이 심하단다. 빈혈... 내가 빈혈이라니, 보통 성인 남성의 평균 혈액수치가 13인데, 나는 8이 나왔다. 이 수치로는 그 당시 기준으로 건강보험도 들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와이프와 와이프 집안 쪽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이런 수치가 나온 것이, 내가 평소에 먹는 걸 대충 먹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이 수치를 듣고 경각심을 가졌었는데, 빈혈이 심각해서 심하면 갑자기 쓰러질 수 있다는 말에 걱정한 것보다, 더 크게 걱정한 이유는, 아기 때문이었다. 


그런 컨디션으로 아기를 가져도 아기 건강 상태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에 더 크게 걱정했다. 


학부 때였다. 전공은 영문학과였는데, 어느 한 학기에 수상신청 시간표를 짜고 있는데, 교양과목 시간표를 보고 있었다. 내 관심을 끈 것은, '태교와 육아'관련 수업이었다. 물론, 정확한 수업명은 기억나지 않으나, 태교라는 말에 관심이 훅 생겼던 것 같다. 원래 그런 것에 관심 1도 없던 사람이었는데, 그때는 그런 워딩이 눈에 확 들어온 것 같았다. 수강신청을 잘했다 싶어서, 첫 수업을 들어갔는데, 다 여학생들이고 남자는 나 혼자였다. 정말 황당한 상황이었다. 살펴보니, 유아교육학과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수업을 하는 수업이었던 것이었다. 그 교수님도 좀 당황하셨는지, 수강신청 제대로 한 거 맞냐고? 제게 몇 번이고 확인하셨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웃긴 것은, 그때 나는 전문대를 하나 졸업하고 다시 공부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다시 수능을 쳐서 학부생으로 들어간 신입생이었는데, 그때 1학년 때 나이가 28살이었다. 다른 신입생들은 꽃 다운 20살 여학생들 속에, 아재 한 명이 이상하게 끼어있으니, 교수님께서는 아마 더 황당해하셨으리라 짐작된다. 더 웃긴 것은 그 학기 중에 조별 과제가 있었는데, 조별 과제가 단체 율동이었다. 유치원에서 유치원 운동회 때 선 보일, 단체 율동을 만드는 것이 있었는데, 여학생들 틈 속에서 유난히 박력 있는 박자감과  통통 튀는 율동으로, 해당 교수님을 놀라게 해 드려 당당히 A를 받았다는 사실도 이 기억 속에 담고 싶다.


수업은 기대했던 대로 재미있었다. 태교와 육아에 대한 얘기들이 그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몰랐었다. 암튼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려면, 여자도 몸을 정갈하게 해야 했지만, 남자들도 몸을 깨끗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배워었다. 아이를 가지기 위한 고전부터 내려오는 비기가 있었는데, 제대로 아기를 가질 몸을 만들려면, 술도 어느 기간 동안 안 마셔야 되고, 먹는 것도 신경 써야 하고, 운동도 해야 되고, 아이를 가지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이 아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다고 수업 시간에 배웠다. 그 당시에도 정말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라서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지식을 가지고 있던 나였는데, 결혼할 당시의 나의 컨디션이 빈혈이라는 사실에 충격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라면도 줄이게 되고, 먹는 것도 가려서 먹게 되고, 좋은 몸을 만들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결혼 후에도 와이프와 장모님께서 나의 식사에도 신경을 써 주셔서 결혼 후 몇 개월 안에, 혈액수치는 정상적으로 올라왔다. 정말 신기했다. 어느 정도 수치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라면은 무지 좋아한다. 하지만, 어느 인플루언서가 이야기했다. 먹는 음식이 자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자신이 음식을 아무렇게나 먹으면, 어느새 자기도 그런 아무런 사람이 되어, 그런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되고, 좋은 음식을 잘 챙겨 먹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또 그에 따른 괜찮은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고 얘기했다. 이 말에도 엄청난 공감을 하며, 라면은 너무 맛있지만, 세 번 먹을 것을 한 번 먹는 심정으로 조심하고 싶다. 나를 잘 챙겨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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