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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Oct 16. 2023

커피 배달 갑니다

와이프 머리한다고 미용실에

지난주 금요일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오늘은 둘째인 7세 딸내미. 유치원에 부모 참여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오후 2~4시까지의 일정이었는데, 와이프가 2시에 일을 해야 되어서 2시부터 3시까지는 내가, 3시부터 4시까지는 와이프가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나름 분주했던 이유는, 10년 전 결혼할 때 주변 친구들이 결혼하는 나이에 비해 늦게 결혼했기 때문에, 둘째 친구들 부모님 나이보다 한 8~10살은 많은 것 같아서, 딸내미가 보기에, 너무 늙어 보이지는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부부의 1주일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젊어 보일까?! 였습니다.


한 1주일 전부터 "뭐 입고 가지~?" "오빠는 염색 좀 해요~!" "오빠는 뭐 입을 옷 있어요?"라고 물으며, 우리 공주가 다른 친구들에게 혹시나 이상한 소리를 듣지 않게 부산하게 며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둘이 시간 맞추어서 내 옷 사러도 가고, 나는 따로 며칠 전에 염색도 미리 해두고 나름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결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당일에 와이프는 마지막 점검으로 염색도 하고 머리도 살짝 하려고 오전에 미용실에 들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딸내미를 유치원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습니다.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나는 학원에 출근해서, 수업 준비 좀 하고 오후에 다시 유치원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출근하러 가려는 순간에 와이프 생각이 나는 겁니다. '아침도 안 먹고 머리하고 갔을 텐데... 뭐라도 좀 사다 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핸들을 돌려서 근처 커피샆으로 향했습니다. 매장에 들어가서 아내가 결혼 전, 데이트할 때 자주 주문했던 메뉴가 생각나서 하나 시키고, 브런치로 먹을만한 샌드위치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주문해서 아파트 앞에 있는 미용실로 갑니다. 아내가 염색을 하고 의자에 앉아있더군요. 가게에 조용히 들어가서 여사장님께 인사하고(나도 이 매장 애용자^^) 아내에게 시큰둥하게 커피와 샌드위치를 건넵니다. 


"이거 먹어요."


아내는 어색한 것 같지만, 반가운 얼굴로 살짝 미소를 머금고 "네, 잘 먹을게요."


건네주고 바로 나왔습니다.


내가 이러는 이유는 결혼 10년이 지났지만, 아내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고, 처음 마음처럼은 안 되지만, 자주 엄마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내 아내를 대우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 차에 같이 안 탈 때는, 보조석 문 열어주기, 한 번씩 기념일날 꽃다발 선물하기, 존댓말 쓰고 존중해 주기, 짜증 안 내고 화 안 내기 같은 행동으로도 최대한 여자로서 존중해 주고 사랑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는 아이들도 은연중에 가정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존중과 예의, 배려 같은 것들을 아빠가 엄마를 대하는 태도에서 은연중에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음에도 어디든 커피 배달 갑니다.

아내에게 요.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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