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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Oct 18. 2023

공부도 자세가 좋아야 된다

합기도를 더 좋아하는 초3 남자아이에게

오늘 수업 시작하기 30분 전, 초3 남자아이가 내 방문을 조심히 열고 들고 왔다. 그 초3 학생은 한 번씩 들어오곤 했다. "샘, 숙제한 거 안 가져왔어요", "책을 잃어버렸어요"와 같은 말을 자주 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다른 기대는 하지 않고, "그래, 왜?"


아니다 다를까, "학교서 숙제했는데, 안 가져왔어요. 어떻게요?"


이 학생은 초3 남자아이이고, 장난이 심한 아이이다. 나의 카리스마로 학원에서는 심한 장난은 못 치지만, 친구들이나 어머님 말씀을 들어보면, 평소에 장난이 심한 아이였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한글로 아직 미완성 단계라서, 다른 과목에 대한 이해력도 늦다고 말씀해 주셨다. 또 합기도는 그렇게 재미있다고 한다. 친한 친구들도 있고 하니, 다니기 재미있다고 한다.  


내가 몇 개월 공부시켜 봐도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한 친구여서, 공부를 시키려고 숙제를 해 오라고 해도, 이해하는 정도며 수행해 오는 정도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강사의 임무는 끈기 있게 기다려서 좋은 학습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기에, 아이의 입장에 맞추어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고 있다. 


그래도, 숙제한 것을 못 가져왔다고 하길래, 어떤 말이라도 해 줄 타이밍 같았다.

"네가 숙제한 거 안 가져온 거는, 믿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뭐냐면. 


마음이 없다. 영어를 하겠다는 마음이 부족하니, 숙제도 놔두고 오고, 가방도 어딘가에 놔두고 오고 그러지."


그렇다. 솔직히 초등학교 3학년이 느끼고 있는 공부에 대한 마음이란 게 있을까? 내가 그 학생에게도 말하면서, 이 말을 초3, 아니 이 학생이 알아들을지 궁금했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나갈지언정, 그런 마음에서 나오는 말 들로 자이라도 시켜 주고 싶었다. 어쨌든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이 친구가 수업은 들을 수 있게, 복사라도 해서, 얼른 숙제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당장, 복사해서 숙제해서 수업에 들어오라고 했다.  


수업 시간에 숙제해서 들어왔다. 문제를 거의 다 틀렸다.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들이 반복되는 것들도 많았는데, 이해와 숙지가 거의 안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도 나와 같이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틀린 이유를 이야기해 주고, 그 이유를 암기해 오라고 했다. 그 학생을 제 자리로 돌려보내고 다른 학생을 오라고 해서, 1:1 코칭을 해 주었다. 한 바퀴 돌아가면서, 그 학생 차례가 되어, 외운 거 검사 맡으러 오는데, 2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투벅 투벅 걸어오는데, 의욕이라는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내 앞에 와서는 또 고개를 바로 하지 못하고 삐딱하게 있길래, 이때까지도 그런 모습 보일 때가 있었는데, 수업 전에 있었던 일도 오버랩되면서, 한마디 더 해했다.


"철수야, 네가 합기도, 태권도 다닌다고 하던데, 합기도, 태권도 다니는 것은.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바른 자세, 태도를 배우러 가는 곳이다. 그런데, 암기하러 올 때도, 터벅터벅, 여기 앞에 와서도 고개는 삐딱하게 하고 공부할 자세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 다시 고개도 바로 하고, 허리부터 세워봐!"


"예."


"그래"


"공부도 자세가 좋아야 해. 야들아, 다 같이 따라 해 봐!"


"자세가", "자세가"


"좋아야", "좋아야"


"공부도 더 잘 된다.", "공부도 더 잘 된다."



"이왕 하는 거", "이왕 하는 거"

"좀 더", "좀 더"


"잘하려고 하자", "잘하려고 하자"


"그래 좋아, 선생님은 여러분들 조금씩 성장하고 좋아질 때가 가장 기분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천천히 기다려줄 테니. 꾸준하게 성장해 봐, 알았지?!"


"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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