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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Oct 23. 2023

평화로운 밤

가족 모두가 잠든 밤입니다

지금 시간은 10월 22일 일요일 밤 11시 30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꿈나라로 가 있는데, 저는 지금의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 조용히 노트북을 들고 아들 공부방으로 와 있습니다.


가족들 자기 전, 아들, 딸, 그리고 와이프 순으로 마사지를 해 주었는데요. 아이들은 저의 이 마사지를 받으며 잠이 잘 듭니다. 오늘도 아들내미 마사지 할 때도, 보통 한 명당 10분씩은 해 주는데, 그 사이에 잠이 들었나 봅니다. 끝나고 딸내미 해 주러 이동하는데, 아들의 코 고는 소리가 금방 들리더라고요.


주말 동안 가족들 모두 나름 바빴습니다.


토요일 날엔 초3 아들 첫 영성체라는 성당 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 내용을 다 말씀드리면, 종교적인 느낌이 나서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올해 4월부터 교육받기 시작해서, 지금 10월에 행사를 마무리하는 아주 큰 의미의 행사이긴 합니다.


토요일 날 행사였는데, 이 날은 엄마나 아빠들도 참석하는 행사여서 모두들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하루종일 성당에 있으면서 행사준비를 도왔습니다. 아내도 파티장 꾸미기를 담당하고 있어서, 며칠 전부터 고민하고 고민하고 하더니, 제가 보기에는 아주 깔끔하게 준비가 되었습니다.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집에 오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도 피곤해했지만, 조금 흥분된 느낌이었습니다. 큰 행사를 잘 치렀다는 안도감과 함께 후련하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도 진행하는 내내 조금 들떠 있었고요. 아내도 왔다 갔다 아주 바빴지만, 파티장 잘 꾸몄다는 주위의 칭찬이, 오랜만에 들어 본, 주변 사람들의 칭찬인지라, 한 동안 애들 키운다고 집에만 있던 아내에게는 아주 단비와 같은 칭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둘 다 신나 있는 기분을 틈타, 칭찬에 칭찬을 더 해 주었습니다. "그래, 진짜 잘했더라." "그래 잘했어"라고 말이죠. 그렇게 토요일 날은 기분 좋게 끝나도 되었지만, 그다음 날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 일요일은, 저희 어머니께서 약목성당에 50주년 축하미사가 있다고 해서, 시간 되면 오라고 하셔서, 솔직히 마음으로는, 토요일 가족 모두가 힘들었기 때문에, 일요일은 푹 재우고 싶었고, 저 또한 피곤했기 때문에, 푹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도 안 계시고, 남동생과 외로이 살고 계시는데, 한번 오라고 할 때, 가서 손주들 얼굴 보여 드리고, 어머니 면도 한번 세워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약목성당에서 크고 자랐기 때문에, 주변 어르신들께서 저를 다 알고 계시고, 저희 가족들 가면, 다들 아는 체 해주시면서, 어머니께 다들 한 마디씩 해주십니다. "아이고 손주들 왔는~교?", "하이고 보기 좋네~" 이런 말씀들 많이 해 주시기 때문에, 기분 좋게 가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그리 오래는 있지는 못할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대학교 동창들 만나는 약속이 잡혔기 때문에, 오전에 다 같이 약목성당 가서 축하미사 드리고 인사 좀 하고, 조금 일찍 나와야 할 것 같았습니다.


미사 갔다가 아내는 차 타고 대구로 향하고, 나는 아들, 딸 데리고 하루 같이 지내기로 했습니다.



약목성당 50주년 축하미사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역시나 주변 어르신들께서 저희 가족들 방문을 반겨주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저희도 덕분에 반가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먼저 행사장을 나와야 했습니다. 아내 약속 시간도 있었으니까요.


저와 아들, 딸은 엄마를 쿨하게 보내고, 엄마를 기분 좋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아이들 데리고 뭘 하지? 이런 생각들이 있었는데, 그냥 아이들 생각 물어보고, 하루 보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들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가고, 아이들하고 싶은 거 하고, 왔다 갔다 하는 차 안에서 아이들 좋아하는 노래 틀어주고 같이 따라 부르고, 엄마가 주문했던 도서관도 잠깐 들르고 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지내다 보니, 저녁이 되었고, 생각보다 엄마가 일찍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일제히 "왜 이렇게 일찍 왔어?"라고 했지만, 내심 다들 좋아했습니다. 다 같이 모여, 밥을 해서 먹긴 그래서, 치킨 한 마리 시켜서 저녁 먹는데, 아내는 벌써 피곤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들어가 자요~" 하고 애들 좀 각자 하고 싶은 거 하라 하고, 청소기 한 번 돌리고 물걸레 티슈로 한 번 닦고, 그런 다음 애들 보고 샤워 하라 하고, 딸내미는 내가 샤워시켜주고, 로션 발라서 옷 입히고, 드라이기로 아들도 머리 말려주고, 딸 머리도 말려주고,


싱크대 보니, 설거지 거리가 있어서, 아이들 보고, 책 좀 보고 있으라고 하고, 설거지 하고 나니, 10시 30분이 지나서, 이제 침대로 가자 하고, 그 이후로부터는 한 명 한 명씩 마사지를 해 주었습니다.


아들 마사지에, 등 마사지, 종아리 마사지, 발바닥 마사지 순서로 내려오는데, 오늘은 발 마사지 해주며,

"소중한 우리 아들, 시완이~소중한 우리 아들, 시완이~" 이런 콧노래를 부르며, 마사지를 해주고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니, 이내 곧 코 고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딸 마사지, 아내 마사지까지 해주니, 잠들었던 아내가 잠든 소리로, "고생했어요. 고마워요~"라고 말합니다.


모두 평화롭게 잠든 밤입니다. 저도 잠이 잘 올 것 같습니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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