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티로스 Oct 26. 2023

아들이 고민이 있데요

아들에게 고민이 있을 때, 중요한 것은...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첫째 초3 아들 등교시키고 둘째 딸내미 등원 준비하고 있는 중간에 와이프가 내 앞에 앉았다. 


"어제 시완이가 잘 때, 얘기하는 거예요. 엄마, 나 기분이 갑자기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좀 그래"


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럴 때가 한 번씩 있는데, 그때마다 기분이 좀 그렇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와이프도 그 당시에, "시완아, 엄마도 그래.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거니까, 큰 걱정은 안 해도 돼"라고 안심은 시켜주었다고 한다.


"그래? 내가 한번 얘기해 볼게요."


마침, 그날 오후에는 내가 아들을 영어학원(한땀영어)으로 태우러 가야 되는 날이라서, 태우고 오는 길에 얘기를 한번 해보고자 생각했다.


"아들, 오늘 학교는 괜찮았어?"


"응"


"뭐 특별한 건 없었고?"


"응"


약간의 정적이 있고, 바로 얘기를 꺼냈다.


"시완아, 안 그래도 엄마가 어제 잘 때, 시완이랑 얘기했는 거, 얘기하시던데,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안 좋아졌다 그래?"


"응"


"그럼 언제 기분이 좀 안 좋은 거 같아?" 


"음, 내가 뭘 잘못했을 때 기분이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것 같아"


"어떨 때 잘 못한다고 느끼는 데?"


"숙제나 문제 풀 때, 좀 더 틀릴 때... 엄마한테 내가 잘못해서 혼날 때.."


"아빠가 문제 더 틀리면, 뭐라고 해?"


"그런 건 아닌데, 내 혼자 기분이 좀 그래"


"시완아, 어떻게 보면, 니 스스로가 자기한테 실망하는 거 같은데, 만약에 이런 상황이 있다고 치자.

니 친한 친구가 어떤 행동을 했는데, 네가 봤을 때 안 좋아 보이는 행동 같아서, 네가 핀잔을 줬어. '너 왜 그러냐고' 그러면, 그 친구는 기분이 어떻것 같아?"


"안 좋은 것 같아"


"그래, 지금 보니까, 시완이가 니 기준으로 잘못했다고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잔소리하는 것 같아. 그러면, 너 스스로는 기분이 좋겠어? 안 좋겠어?"


"안 좋아"


"그래, 그러면, 아까 그 잘못한 친구한테, 이제는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어?"


"음,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래, 니 자신에게도 그런 말을 너에게 해 주면 돼. 시완이가 시완이에게 얘기를 해 주는 거야. '자기와의 대화'라고 하는 건데, 아빠도 나 자신에게 얘기할 때도 많아.


그러니, 시완이를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아빠, 엄마가 아니고, 바로 시완이 너 자신이야.


그러니, 너 자신을 많이 사랑해 줘. 다음에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이렇게 한 번 해봐.

따라 해 봐.


첫째,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잘못한 행동이라고 판단했을 때)


둘째, 자기 자신을 이해해 준다.(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이야기해 준다)


셋째, 자기 다짐한다.(다음부터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한다)


넷째, 자기 실천한다.(다짐하고 나서 더 중요한 건 실천이야)


이렇게 얘기를 하고


"시완이도 시완이를 사랑해 주고, 아빠, 엄마도 시완이 사랑해 줄 테니깐 자신감 가지고 뭐든지 한 번 해 봐!

알았지?!"


"응!"


학원으로 오는 길에 아들이랑 고민얘기 들어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물론, 초3 아들에게 얼마나 소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마, 또 다음에 얼마나 개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아빠가 옆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이다.


내가 아들의 고민에 해결책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얘기한 것은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 아빠와 엄마와 이야기를 같이 해 봤다는 느낌을 준 것이다.


그것이면 되었다.



#글루틴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 눈빛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