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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Oct 27. 2023

아빠로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

소중한 것을 아들과 공유할 때

지난주 토요일이었다. 나름 가족행사 중에서 큰 행사가 있었다. 바로 초3 아들의 첫 영성체이다.


우리 가족은 성당에 다닌다. 나도 어릴 때부터 성당에 다녔었고, 와이프도 어릴 적부터 성당에 다녔었다. 양쪽 집안 모두 할머니대부터 성당을 신실하게 다녔었기 때문에, 종교가 같아서 결혼도 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던 부분도 있었다. 솔직히 내가 결혼 준비가 많이 안 되어 있어서, 결혼할 수 있을지 불안했던 적도 있는데, 내가 성당 신자인 조건으로 장모님께서 심적으로 많이 인정을 해 주셨다.


'직장(그 당시 쥐꼬리만 한 월급 받는 학원강사)은 좀 그래도, 신자는 좀 다를 거다'라는 믿음으로 결혼을 허락해 주셨다. 그런 장점도 있었지만, 나 스스로도 어릴 적부터 성당에 다녀서,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도 하고 있고, 성장기 나의 모습에 7할은 성당에서 생활하면서, 형성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의 정체성이나 성격, 인격 등이 성당에서 생활하면서 많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의 성장기 때 성당이라는 공간은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었다.


사춘기 많이 방황하던 시절에도, 고3 시절 공부가 잘 안 될 때도, 성당에 조용히 가서 성당 의자에 조용히 앉아서 좀 있다가 오면, 힘든 마음들이 사라지곤 했었다. 나에겐 큰 위안이었고, 큰 힘이었다.


그만큼 성당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소중히 생각한다. 성당에 다니면서, 겸손도 배우고 배려도 배우고 리더십도 배우고 어르신들과 얘기하는 것도 배우고, 어머님들 상대하는 것도 배우고, 사회생활의 많은 것들을 성당에서 배웠다고 생각한다.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앙생활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는 생략한다.


이토록 나에게 있어서 성당생활은 내 영혼이 가장 숭고하게 생각하는 곳인데, 이제 내가 낳은 아들이 성당에 다니면서 첫 영성체를 받아 모신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분이 묘하다.


그래서 지난주 토요일, 초3 아들의 첫 영성체가 있었다.


하루종일 성당행사를 준비하면서 저녁때 예식이 치러지는데, 많이 설레었다.


드디어 아들의 첫 영성체 예식....


감동이었다. 전율이 올랐다. 눈물이 핑 돌면서 짜릿한 감정마저 느껴졌다.


정말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던 의식들을, 내가 낳은 내 자식이 함께 하고 있고, 그 감정을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느낌인지, 경험해 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감정일 것이다.


꼭 영성체가 아니더라도 아들과 함께 경험해 보고 느껴 본 감정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 가슴 벅차다. 아빠가 되기를 잘했고, 부모가 되기를 참 잘했다. 나는 좋은 아빠는 못 되어도, 괜찮은 아빠는 한번 되어 보고 싶다.


오늘도 아들이 영어학원 오는 날이라, 아들을 픽업해서, 엘베에서 어깨동무하고 아무 말없이 사진 한 장 찍으며, 내려와도 그냥 마음이 좋았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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