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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Nov 30. 2023

오늘부터 금영?입니다

내 인생을 깨운 세 마디?

여태껏 살아오면서 제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 준 두 마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군 제대 후, 복학을 기다리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왜 군대 가면 제시간에 기상하고 제시간에 자고 하던 습관들이 제대할 때쯤 말년 병장이 되니깐 훈련도 열외, 집합도 열외 되면서 거의 한 두 달 편안하게 있다가 제대를 했습니다. 그 습성 그대로 가져와서 제대하고 집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대도 했겠다. 복학도 좀 남았겠다 싶어서, 좀 더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른 날과 비슷하게 잠자리에서, 잠은 깼으나 일어날 생각은 안 하고 이불과 뒤적 뒤적할 때였습니다. 제 방 문이 살짝 열려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안방에서 거실을 지나, 밖으로 나가시면서 혼잣말하시는 말씀이 방문 틈새로 들렸습니다.


"아이고, 저거는, 제대하고 나서도 저 모양이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저의 머릿속에는, "띵~~~~~~~~~~~~~~~" 정적이 한참 동안 흘렀습니다.


평소에 저에게 별말씀 안 하시는 아버지였습니다. 클 때도 별 탈 없이 커 오던 나였고, 물론 중학교 사춘기 때는 뭐에 그렇게 분노가 있었는지, 부당한 아버지의 행동과 말씀에 몇 번 다투기도 해서, 그 뒤로 '자 하고는 말 안 해야겠다'라고 다짐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군 제대하고 나서도 별말씀 안 하시고 하시길래, 크게 신경 안 쓰고 집 안에서 생활했었는데, 그날 아침, 아버지의 냉소 섞인 말씀을 듣고 나니, 정신이 버쩍 드는 것입니다.


그날 이후로, 게으름을 끊었습니다.


그 순간 이후로, 아버지께서 문을 닫고 나가시는 소리를 듣자마자 씻고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갑자기 부끄러움이 몰려오는 겁니다. 그때부터 이제 뭐라도 하자! 싶어서, 당장 알바도 알아보고 열심히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그 순간이 내 인생을 깨운 첫 번째 순간이었고, 두 번째 순간은 와이프와의 일화입니다.


결혼하고 나서 신혼 기간이었습니다. 연애 기간은 1년 남짓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결혼하고 나서 알아가지 싶었는지, 둘 다 결혼할 적령기가 지나서 조금 급한 마음에 결혼했는지 모르겠지만, 신혼 초에 아내가 한 번씩 우는 모습을 보였던 거 같습니다.


하루는 그날 처가댁 가족행사를 한다고 나도 술을 좀 먹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와서, 저 나름 처가댁에 가서 나름 행동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약간 와이프에게 으스대면서 큰 소리로 "여보, 나 오늘 잘했지?"라고 하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오빠가 술 먹고 하면, 불안해. 술 먹고 하면 기분 좋아지고 소리가 커지고, 나는 언성이 커지고 그런 것들이 힘들어"


그 순간도, 제 머릿속에는 "띵~~~~~~~~~~~~~~~~~~~~~~~~"


평소에도 술을 못 먹는 건 아니어서, 어디 술자리 가면 적당히 마시고 분위기도 잘 맞혀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내는 어릴 때, 장인어른께서 술을 좋아하시고 술 드시면, 인사불성이 되시고 소리가 커지면서 집안 분위기가 많이 험악하게 돌아갔다고 하면서, 제가 술 마실 때마다, 불안해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 술에 대한 큰 소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술과 큰 소리를 끊었습니다.


정말 평소에 집에서도 맥주 한 캔도 안 땄습니다. 물론, 가족들 모임에 형님들을 대접할 때는 몇 잔 마십니다, 많이는 안 마십니다. 그리고 언행은 조심하고 말 톤은 항상 조심했습니다. 아내의 마음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의 입장으로, 결혼해서 생판 모르는 남자와 한평생 산다는 거, 그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참 위험한 제도라고까지 생각이 드는 겁니다. 잘 모르는 사람과 평생을 산다고??


저는 그 불합리한 제도가 안전하다고 생각이 들 때까지, 아내를 보호해야 했습니다. 평생 불안감을 가지고 살게 할지, 평생 불안감이라도 없게 살게 할지, 제가 결정을 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 나를 보고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사는데, 내가 일확천금은 손에 쥐어 주지는 못할지언정, 마음은 불편하게 해 주지 말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딴짓도 하지 말고 내 일과 내 가족만 보고 살자. 하면서 가족들이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때까지 제 인생을 깨워준 두 가지 순간이었고, 두 마디였는데,


세 번째 순간을 말하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너튜브 영상을 끊겠습니다.


물론, 일을 할 때는 영상 볼 시간도 없어서 일만 하지만, 일만 끝나면 꼭 열심히 일한 나에게 보상을 주는 마음으로 영상을 보고 했더니, 어느 정도 중독된 것 같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나, 밥 먹을 때나 항상 제 시선은 휴대폰에 가 있습니다. 물론, 학원 업무 특성상, 학부모님 상담 전화로 자주 휴대폰에 시선이 가 있지만, 영상 보는 문제를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마 아버지께서 살아 계셔서, 제 주변에 계셨으면 한 소리 하셨지 싶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에도 집에서 밥 먹고 나올 때, 화장실 들어갈 때도 휴대폰에 영상을 켜 놓고 있더라고요.


한편, '니 뭐 하고 있니! 영상에 정신을 팔리가 있니!!'라고 저 자신에게 한심한 소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부터 영상을 끊어 봅니다. 정보성 영상들을 검색해서 보고요. 오늘 이 다짐이, 시간이 지나 앞에 두 가지 순간들처럼, 제 인생을 깨운, 세 번째 순간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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