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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안부 전화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by 애티로스

"어머니,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그래, 엄따. 나는 개안타. 니가 수고가 만타."


이런 어머니와의 전화통화를, 보통 일주일에 한 통은 한다. 솔직히 요즘은 더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


올 초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는데, 그 당시에는 어머니께서 많이 힘들어하셨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대한 준비를 전혀 못 하신 상태인지라, 불안하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 보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전만 하더라도 어머니 곁에서 늘 아버지께서 계셨기 때문에,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계실 때는 두 분에 대한 걱정은 되지 않아서, 2주에 한 번, 3중에 한 번 정도 안부 전화를 드렸었다.


두 분께서, 연락이 없어서 서운하다고 얘기하실 때도 있었는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그 뒤로부터는 일중일에 한 번씩은 안부 전화를 드린 것 같았다. 내가 사는 곳과 부모님이 사는 곳이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서, 자주 찾아뵙기도 했다. 아내랑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들려서 손주들 재롱도 한 번씩 보여드리곤 했다. 그렇게 하니까, 안부 전화는 까먹기 일쑤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재 이후, 어머니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서, 신경이 쓰였다. 나는 그래도 횟수를 늘린다고 늘려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로 전화를 드렸는데, 누나는 수녀생활을 하면서도,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는지, 하루에도 몇 통씩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오히려, '뭐 그래, 귀찮을 정도로 연락을 하노!'라면서, 누나에게 너무 자주 전화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얘기했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이제 시간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어머니도 기운을 좀 차리셨고, 지역에 봉사활동도 많이 참여하시면서, 이웃들과 다시 살아가고 계신다.


최근에는 어머니께서 어씽(earthing;맨발로 걷기)에 진심이셔서, 매일 운동도 하고 계셔서 조금은 걱정을 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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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신 날은 자축 세리머니 사진도 찍으시고, 축하 보리차도 마시며 사진도 찍어서 가족 단톡에다 보내주셨다. 건강하게 생활해 주심에 너무 감사하다.


요즘에 휑여나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전화할 때면, "바쁜데, 뭐 한데, 자꾸 전화하노? 전화 안 해도 된다.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시며, 안심을 시켜주신다.


그래도, 오늘도 어머니께 전화드려,


"어머니,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아참, 지인 원장님께서 제주도에서 보내주신 귤 한 박스 있는데, 보내 드릴까요?"


"그래? 그저께 니가 갖다놓고 간 귤도 나눠먹었다. 싱싱하이 좋데~. 너네 먹고 남는 거 있으면, 좋지~"


"네, 갖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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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자마자,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어머니 댁으로 가서 현관문에 내려놓고 왔다.


어머니, 안부 전화는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드릴 테니까, 오래도록 어머니 하고 싶으신 거 하시면서, 행복하게 사셔요.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말씀하시고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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