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두 분께서, 연락이 없어서 서운하다고 얘기하실 때도 있었는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그 뒤로부터는 일중일에 한 번씩은 안부 전화를 드린 것 같았다. 내가 사는 곳과 부모님이 사는 곳이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서, 자주 찾아뵙기도 했다. 아내랑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들려서 손주들 재롱도 한 번씩 보여드리곤 했다. 그렇게 하니까, 안부 전화는 까먹기 일쑤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재 이후, 어머니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서, 신경이 쓰였다. 나는 그래도 횟수를 늘린다고 늘려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로 전화를 드렸는데, 누나는 수녀생활을 하면서도,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는지, 하루에도 몇 통씩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오히려, '뭐 그래, 귀찮을 정도로 연락을 하노!'라면서, 누나에게 너무 자주 전화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얘기했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이제 시간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어머니도 기운을 좀 차리셨고, 지역에 봉사활동도 많이 참여하시면서, 이웃들과 다시 살아가고 계신다.
최근에는 어머니께서 어씽(earthing;맨발로 걷기)에 진심이셔서, 매일 운동도 하고 계셔서 조금은 걱정을 덜게 되었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신 날은 자축 세리머니 사진도 찍으시고, 축하 보리차도 마시며 사진도 찍어서 가족 단톡에다 보내주셨다. 건강하게 생활해 주심에 너무 감사하다.
요즘에 휑여나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전화할 때면, "바쁜데, 뭐 한데, 자꾸 전화하노? 전화 안 해도 된다.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시며, 안심을 시켜주신다.
그래도, 오늘도 어머니께 전화드려,
"어머니,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아참, 지인 원장님께서 제주도에서 보내주신 귤 한 박스 있는데, 보내 드릴까요?"
"그래? 그저께 니가 갖다놓고 간 귤도 나눠먹었다. 싱싱하이 좋데~. 너네 먹고 남는 거 있으면, 좋지~"
"네, 갖다 드릴게요."
전화를 끊자마자,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어머니 댁으로 가서 현관문에 내려놓고 왔다.
어머니, 안부 전화는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드릴 테니까, 오래도록 어머니 하고 싶으신 거 하시면서, 행복하게 사셔요.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말씀하시고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글루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