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컴한 하늘
얼마나 쏟아지려나
마음보다 장대비가 앞선다.
이 비에도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겠지.
슬쩍 안도하다가 하교길 종종거릴
둘째녀석에 미안해진다.
정신없었던 하루 제법 뿌듯할 법도 한데,
바쁘면 뭐하나, 이렇게 또하루가 가는구나
어차피 인생은 랜덤인 걸
내 몫이 아니다 싶다가도
그 길에서 만난 인연들에 먹먹해지고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먹는 일이 무거워지고
날도 이런 데 대충 때울까
소주 한 잔 불러다 숨어버릴까
허무가 낮게 슬금슬금 다가오는
비오는 오늘,
숨 한번 더 크게 쉬어지는
오늘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