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나도 함께 기억을 잃어갑니다.

당신의 기억만 잃는다 생각했는데.

by 반하다

당신의 기억이 흐려져 갑니다.

깔끔했던 당신은 이제 흐트러지게 옷을 입고, 머리는 까치집이 되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매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당신이었지만 이제 텅 빈 눈동자는 골똘한 무언가를 찾아내지 못하고 그저 헛헛한 상을 쫓는 것 같습니다.


어느날 밤, 당신이 내게 물었습니다.

" 니가 내 딸이가?"

쿵하고 마음이 내려앉았고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찼습니다.

"어, 내가 엄마 딸이지! 엄마는 내가 딸이 아닌 거 같나?" 라고 애써 농담인냥 웃음띤 목소리를 내어 물어보았습니다.

"어, 나는 왜 니가 내가 낳은 딸이 아닌 거 같노..."하고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엄마 표정에 다급히 동생과 언니, 그리고 나에 대해 설명하다가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쉼없이 터져나오고 참았던 설움에 꺽꺽 거리며 우는 나의 손을 붙잡으며 엄마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울지마라, 울지마라..."며 제 손등을 쓰다듬으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우셨습니다.

그 날 밤, 엄마도 저도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당신의 기억이 하나씩 흐려져 가는 줄만 알았는데 저도 함께 당신의 기억을 잃어가는 중입니다.

얼마나 당신이 나를 사랑했었는지, 당당하고 따뜻했었는지... 당신의 고왔던 기억이 서럽게도 잊혀지고 있다는 것을 그 날 밤, 당신이 잠들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며 쓸어주던 손등의 온기에서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날 밤 눈물을 쉽게 멈추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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