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더 이해하게 됩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꽤 지난 요즘에서야 켜기 시작합니다.
위험하다며 카메라 선을 빼버리는 당신께, 저기서 바라본다고 여러번 말을 했더니 빼지 않으시거든요.
핸드폰 조그만 화면에 하루종일 멍하니 앉아있는 당신을 봅니다.
두 손가락으로 당신의 얼굴을 더 크게, 더 크게 만들어 표정과 눈을 봅니다.
하루종일 왜 나를 그리도 기다렸는지,
짜증스럽게 들었던 "지겨워 죽겠다."던 소리가 이젠 맘으로 알아집니다.
저러고 하루종일 있으면 참으로 지겹겠구나....맘이 툭하고 아픕니다.
가끔씩 당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나는 화면에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조금 뒤 쇼파위 한쪽에 몸을 웅크린 체 잠이 든 당신과 안겨 잠든 강아지가 보입니다.
스피커를 켜면 공허한 화면 속 덧없는 티비소리가 들리네요.
소리가 이리도 큰데 공간을 채우지 못하고 허무하게 들리는 건 맘 탓이겠지요.
반복되는 광고소리가 끝도 없이 나오는 거 보니 아마도 화면 돌리는 걸 잊었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카메라를 키고,
일상을 들여다보고 당신을 더 이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사지 말껄, 보지말껄 하는 생각을 합니다.
화면속 당신은 참으로 제게는 아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