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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진료

당신과 나의 익숙한 외출입니다.

by 반하다

당신을 모시고 병원을 갑니다.

당신의 앞마당처럼 다니던 곳인데 "여긴 너무 낯설다."라며 두리번거리신지도 꽤 지났지요.

"최근에 리모델링해서 다 고쳐서 그래. 대학병원은 나도 헷갈리더라."

저번 방문때 했던 말을 또 합니다.

당신의 달라진 질문 패턴 덕분에 저 또한 무한반복 대답 패턴이 익숙해지네요.


진료과앞에서 혼자서 방문하신 같은 연배의 어르신들을 당신은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저 사람은 혼자도 오는데..."

누가봐도 혼자 오신 것이 조금 버거워보이는 어르신을 당신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봅니다.

"저 사람은 자식이 없나?"

오랜만에 바깥 세상에 나와서일까요? 아님 늘 그랬던 당신의 관찰력일까요? 당신의 눈과 입은 바쁩니다.

그 궁금증 아닌 궁금증에 대답하느라 덩달아 내 눈과 입도 바쁩니다.


교수님께서 본인이 누구냐고 물어보신 말씀에 왜 당신은 갑자기 물어보니 기억이 안난다고 웃으며 나를 볼까요?

같이 온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딸이란 대답을 하곤 이름이 뭐냐고 묻는데는 갑자기 물어보니 기억이 안난다고

"니 이름이 뭐고?"라고 물으시는 걸까요?

다행스럽게 당신이 뭐라고 말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공간이라 내 맘은 편합니다.

자신를 보고 웃는 교수님, 간호사선생님, 그리고 나의 미소에는 안타까움과 익숙함이 들어있다는 것을 본인도 아시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미소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담을 수 있는지, 나이가 들어가고, 많은 날들을 지나며 알게 됩니다.


진료를 마치고 산더미만한 약들을 챙겨들고 당신의 외출을 축하(?)하며 늘 가던 카페로 가려했지만 아기가 기다린다며 집으로 가자고 재촉을 하십니다.

당신의 아가.

귀여운 나의 강아지.

그게 마음이 편하면 그러자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당신이 그게 더 좋으니 그만입니다.

당신의 강아지가 걱정되어 갑갑해도 외출하지 않아 배회 걱정을 들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합니다.


좋은 곳도 많은데 이제는 병원이 당신과 나의 편안한 외출이 되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보조기를 하고 오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당신이 두 다리로 잘 걸어주시는 것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당신은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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