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친구들을 보면서 당신은 나보다 더 절망적이란 걸 압니다.
우린 이 곳에서 참 오래 살았습니다.
그래서, 추억도 세월도 오롯하게 남아있으니 그게 가끔은 힘이 듭니다.
지나다 마주치는 당신의 지인들을 보면 그들의 생기가, 총기가 부러워지거든요.
그들이 당신을 걱정하는 말들이 헛헛하게 느껴지거든요.
왜 당신은 그런가요?
저들은 저리도 괜찮은데요....?
백번을넘게 순간마다 땅에 대고, 가슴에 대고 물어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물어보진 못합니다.
당신은 입버릇처럼 혼자서 물어보는 말이니까요.
"나는 왜 이라노?"
"내가 이래서 니한테 짐이 되면 어짜노?"
"나는 나쁘게 한 것도 없는데...?"
당신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던 날, 그들과 다름을 느끼는 당신의 말수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눈동자는 어린아이가 어쩔 줄 몰라하듯 흔들리고 몇 번이나 불안한 눈길로 침묵의 나를 불러냈습니다.
그 날 밤 당신은 이불을 뒤집어쓰곤 끙끙 앓다, 한숨을 쉬다를 반복하며 우린 참 긴 밤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압니다.
이 세상에 당신이 병명이 나보다 더 절망적이라는 유일한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혼자서 물어보지만 당신에겐 묻지 못합니다.
그저 받아들이는 게 당신도 나도 조금은 더 편한 날들이 되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