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 꽃 얘기를 하고 나면
새벽녘 창문으로 그 향기가 찾아들고
잃어버린 손거울이 아쉽다 하소연하고 났더니
오래전 외출 끝 옷 주머니 속에 숨겨져 있던 것이 발끝에 툭 떨어졌지요
어디서부터 털어내야 후련해 질지 모르겠어 답답할 때
세상 실없는 잡담만 해대어도
마음의 매듭이 느슨해졌답니다.
밍숭 밍숭 하게 지던 하루 끝
당신에게 들은 한마디 때문에
나는 밤새 책장을 넘기기도 하고
마구 소란한 어떤 날엔
당신 상냥한 침묵 덕분에
단잠에 빠질 수 있었지요
정체 모를 푸르스름한 회반죽 같은 내 마음이
당신을 만나고 오면 말개지고 윤기가 어립니다.
당신은 나의 오븐입니다.
당신의 온기에 나의 생이 아직도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고
달뜹니다.
메마른 나의 꿈이 달짝지근하게 구워집니다
Photo by Taylor Grot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