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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 Feb 09. 2022

보지 못한 반쪽

'청춘의 문장들'을 읽고

옛날 어떤 사람이 꿈에 미인을 봤다.

너무도 고운 여인이었으나 얼굴을 반쪽만 드러내어 그 전체를 볼 수가 없었다.

반쪽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 병이 되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보지 못한 반쪽은 이미 본 반쪽과 똑같다'라고 깨우쳐 주었다-이용휴 [제반풍록] 중에서


앞으로 살 인생은 이미 산 인생과 똑같은 것일까?

깊은 밤, 가끔 누워서 창문으로 스며드는 불빛을 바라보노라면 모든 게 불분명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살아온 절반의 인생도 흐릿해질 때가 많다.

하물며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란.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




인생을 찬양하거나 탄식하고 또는 예견하는 유명인들의 명문장은 차고 넘친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다 보면 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찰떡같은 표현으로 인생의 묘미를 담아낼 수 있다.

그러나 미인의 보지 못한 반쪽은 이미 본 반쪽과 같다는 옛말을 듣고,

앞으로 살 인생이 이미 산 인생과 똑같은 모습일지 자문하는 작가의 관점이 새롭고 또 뜨끔했다.


앞으로 살아갈 나의 인생은 어떨 것인가

이미 산 인생을 후회되는 것들 위주로 떠올려 보노라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적잖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인생? 모르는 것!'이라고 한마디 내뱉으며 오늘은 스스로 안심시켜본다.


보지 못한 반쪽이 이미 본 반쪽과 다른 경우도 필히 있을 것이다.

꿈속의 그 여인도 숨겨진 반쪽에 농염함을 더 할 콧등 점이 있었을지,

무시무시한 칼자국 흉터가 있을진 모를 일 아닌가.

아니면 요즘 흔한 마기꾼일지도.


100세 인생 시대라고 말들 해서 인지

벌써 50을 지나고 있지만  나의 보지 못한 반쪽이

이미 본 것과 다른 모습으로 분명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불끈한다.

주어지는 하루하루의 일상에

정성 들여 꽃단장하자.

그러면 보지 못한 반쪽이 필히 더 아름다울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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