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에는 돈까스 매니아층이 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첫 번째 청년.
굉장히 오래전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10년은 된 것 같다. 나에게 다른 직업 있었고 토요일에만 가게를 돕던 때였다. 그래서 나는 그 청년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기억에 남는 인상착의는 검은 뿔테와 검은 티셔츠. 꼭 스티븐 잡스처럼 입고 다닌 것 것 같은 모습이 떠오른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돈까스를 어떻게 주문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항상 혼자 와서 조용히 돈까스를 먹고 간 모습만 떠오른다.
아빠가 말하기론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항상 돈까스만 먹고 다른 건 안 먹는다고 했다.
어느 날부턴가 검은 뿔테 안경이 가게 선반에 놓여 있었다. 아빠는 돈까스 청년이 두고 갔다며, 놔두면 오겠지라고 그 자리에 두었다.
검은 뿔테 안경은 그 자리에 3~4년 동안 주인을 기다렸다. 안경알에 뿌옇게 먼지가 쌓이도록.
결국 돈까스 청년은 안경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안경은 버릴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저것 빠뜨리고 간다. 그래도 안경은 꼭 찾아가 주길 바라면서 오래 보관했는데 주인을 찾아주지 못했다.
돈까스 청년은 까만 뿔테 안경에 까만 티셔츠를 입고 어딘가에서 잘 지낼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