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시작되면 아빠는 부지런히 김밥을 싸놓는다. 옛날김밥과 참치김밥을 5~6줄 정도 싸 놓고 팔기 시작한다. 그러면 바쁜 점심시간이 조금이나마 수월해진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미리 싸 놓은 김밥이 미처 다 팔리지 않은 경우가 있다.
키가 큰 옛날김밥 할아버지가 오셔서 옛날김밥을 드셨는데, 이 날이 그런 날이었다. 옛날김밥이 한 줄이 미처 팔리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김밥을 다 드시고 가실 때, 남아있던 김밥을 드렸다. 서늘한 곳에 두셨다가 이따 드셔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드렸더니 할아버지는 5,000원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부리나케 가버리셨다.
그러고 나서 또 김밥이 남은 날이 생겼다. 이번엔 2줄! 그래서 엄마는 계산부터 한 뒤 할아버지에게 또 드렸더니 할아버지는 다 못 먹는다고 받지 않으시려고 했다. 엄마는 냉장고에 넣었다고 내일 아침에 계란 풀어서 부쳐 먹으면 맛있다고 알려드리며 드렸다.
그런데, 그 뒤로 할아버지가 안 오셨다. 괜히 김밥을 더 드려서 안 오시는 건가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됐다. 혹시 마음이 상하셔서 안 오시나 싶어서. 이럴까 봐 찌개를 끓여드릴까 하다가도 못 해 드렸던 거였는데.
엄마랑 할아버지가 안 오신다고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날, 놀랍게도 할아버지가 오셨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자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도 해주셨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가시는 길에 왜 이리 오랜만에 오셨는지 물어봤다. 할아버지는 고향에 다녀오셨다고 했다. 할아버지에게 "안 오셔서 기다렸어요."라고 했더니 웃으시며 고맙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여기가 제2의 고향이고, 고향이랑 여기랑 왔다 갔다 한다고 설명해 주셨다. 할아버지에게 새해 인사와 함께 자주 오시라고 했다.
엄마랑 나랑 걱정했던 마음은 싹 다 사라졌다. 그리고 건강하게 나타나주신 할아버지에게 너무 감사했다. 진짜 자주자주 오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