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빵 할아버지

by BABO

점심을 먹고 나서 아빠는 쉬러 들어가고 엄마는 은행업무를 보러 갔다. 그래서 가게에는 작은 엄마와 나만 남아있었다. 이럴 때는 나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서 브레이크 타임 시간을 다 채우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치즈김밥 할아버지가 오셔서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그렇게 엄마 없이 장사를 시작하게 되면 김밥 손님이 올까 봐 두근두근하다. 나는 김밥을 아예 못 싸고, 작은 엄마도 서툴러서 둘 다 긴장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오시길래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미안한데..."로 시작해서 건빵을 내밀며 건빵을 팔러 왔다고 했다. 가끔 가게로 물건을 팔러 오는 분들이 계신데 나는 거의 물건을 사지 않는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건빵을 살 사람이 없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할아버지는 그러면 건빵 두 봉지를 줄 테니 라면과 공깃밥을 먹고 갈 수 있는지 물어봤다. 할아버지한테 가능하다고 하고 주방에 있는 작은 엄마에게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건빵 두 봉지를 주시길래 한 봉지만 주셔도 된다고 했더니 아니라며 건빵이 참 맛있으니까 먹어보라고 하면서 두 봉지를 주셨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라면과 공깃밥을 다 드셨다. 날이 추워 할아버지에게 커피 한 잔 드시겠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다며, "따뜻하게 라면을 먹으니 이게 천국이네."라며 웃으셨다. 그리고는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시고는 가셨다.


은행업무를 마치고 온 엄마한테 이 일을 이야기했다. 엄마는 "그냥 드리지. 건빵은 안 받아도 되는데."라고 하더니 "그럼 건빵값을 드리지!"라고 했다. 사실 나도 건빵은 안 받고 식사 대접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건빵 안 받으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아서 받았다. 그리고 건빵 값을 드리는 건 생각지도 못해서 역시 엄마가 나보다 한수 위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엄마는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였다. "아빠가 건빵 좋아해."라고.


파는 물건을 사드리진 않아도, 식사 대접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다음에 혹시 가게를 지나가게 되실 때 꼭 다시 와주시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슈퍼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