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아프지 말아요.

by BABO

감기나 독감이 유행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어김없이 약봉지를 들고 오는 손님이 늘어난다. 우리 가게와 가까운 곳에 이비인후과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유독 약봉지를 들고 오는 손님이 많은 날에는 마음이 힘들어지는 날이다.


약봉지를 갖고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가게에서 밥을 먹으면 바로 약을 먹는다. 마치 약을 먹기 위해서 밥을 어쩔 수 없이 먹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약봉지와 함께 하는 손님들은 간단한 식사를 좋아한다. 상당수 손님들은 김밥 한 줄을 먹는다. 많은 밥을 먹던 손님도 약봉지와 함께 한 날이면 식사량이 반으로 줄어든다. 아파서 밥도 잘 안 넘어가서 그러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찡하다. 누구든 아픈 모습을 보는 건 마음이 힘들다.


약봉지를 갖고 오는 손님 중 죽을 찾는 손님도 가끔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가게의 메뉴에는 죽이 없다. 죽을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다. 물론 밀키트처럼 나오는 죽을 사다가 팔 수도 있긴 하지만 이미 많은 메뉴에 죽까지 더할 수는 없다. 그러면 우리 가게에서 가장 가까운 죽을 파는 가게를 알려주기도 한다. 아플 때 먹고 싶은 거 못 먹으면 서러우니까.


식사를 마치고 갈 때면 약봉지를 왜 그렇게 두고 들 가는지 모르겠다. 다음 끼니에 또 먹어야 할 텐데 잘 좀 챙겨야지, 두고 가면 또 걸음해야 해서 안 그래도 힘든 몸을 더 힘들게 만드는 일이 생긴다. 빨리 상을 치워서 두고 간 걸 일찍 알아차리면 뛰어나가 불러서 챙겨주는데, 이미 가버린 지 한참이 지나면 챙겨주고 싶어도 챙겨줄 수 없다. 다시 와서 챙겨가는 손님도 있지만, 안 찾아가는 손님도 있다. 그러면 약봉지는 며칠 자리를 지키다가 약 수거함에 모아두는 수밖에.


그러니까, 명절엔 아프지들 말아요! 우리 가게에서 밥도 못 해주잖아요. 정 아파야겠거든, 평일에 아파요! 그럼 따뜻한 김밥 한 줄이라도 먹고 약 먹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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