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엄청 힘들게 한 이웃 사장님. 나의 점심시간 투쟁기에서 가장 적이 되었던 사장님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지 않는다. 점심시간 투쟁 때문에 안 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것도 한몫할 거라 생각하지만.
우리 가게의 점심시간은 1시 40분에서 2시 20분이지만 보통은 2시 5분에서 10분이면 밥을 다 먹고 문을 연다. 그런데 항상 2시만 되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밥을 못 먹게 방해를 했었다. 좋게도 이야기해보고 화도 내봤지만 꿋꿋하게 2시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게 앞의 팻말은 무시한 채. 당신의 브레이크 타임이 2시부터 3시라서 2시에 얼른 먹고 낮잠 자야 해서 늦게 올 수 없다는 말이 나의 화를 더 돋웠다. 그리고는 당신의 손님 때문에 시간이 늦어져서 2시가 넘어와서는 투덜거리는 모습이 참 이중적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당신의 쉬는 시간은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쉬는 시간은 안중에도 없다니. 그래서 참 별로였다. 밥 먹다 말고 엄마를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 정말 화가 났다. 뭐라 해도 꿋꿋하게 왔지만 이젠 오지 않는다.
이제 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아빠한테 삐졌기 때문이다. 우리 가게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우리 집. 우리 집에는 작은 창고가 하나 있다. 아빠가 이것저것 다 모아두는 창고다. 아빠한테는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어느 날 가게 물품을 보관할 곳이 없다고 아빠한테 우리 창고에 넣어달라고 했다. 아빠는 흔쾌히 그렇게 해주었다. 문제는 창고에 보관 중이던 물품을 찾아가던 날이었다. 가게에 단체김밥 포장으로 바쁜 와중에 전화가 왔다. 물품을 찾아가겠다고. 아빠가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이었는데, 전화로 독촉을 하였다. 당신의 사정만 중요한 사장님이니. 어찌어찌 물품은 찾아갔다. 아빠는 김밥 싸랴 독촉전화받느라 엄청 힘들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가게에 오지 않았다. 갑자기 엄마가 그 사장님이 삐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요즘에 안 오지?"라고 물어서 나는 못 봤다고 했다. 그러자 아빠는 선풍기를 보관해 달라는 전화가 왔는데, 거절했다고. 지난번처럼 힘들어질 것 같아서 바로 거절했다고 했다. 아마도 거절했기 때문에 삐져서 가게에 안 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가게에서 볼 수 없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되는 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