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가 한가한 시간. 엄마와 나는 TV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하필이면 아빠도 없는 시간대였다.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려웠고, 소리의 출처도 알 수 없었다.
소리는 간헐적으로 들렸으나 어디서 들리는지 모르니 점점 공포스러웠다. 가게 밖으로 나가서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가게 앞을 좌우로 돌아다녀보니 소리가 들리는 곳이 어딘지 알 것 같았다. 바로 가게의 지하에서 나는 소리였다.
우리 가게 지하는 연습실이다. 원하는 시간에 빌려 쓰는 연습실이다. 가끔 너무 큰 음악소리에 가게 바닥이 울리곤 한다. 그러면 내려가서 조금만 소리를 줄여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소리가 났다. 엄청나게 굵은 목소리로 꼭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누가 왜 소리를 지르는지 알 수 없어서 더 무서웠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112에 신고를 했다. 엄마는 하지 말라고 말라고 했지만, 이렇게 계속 무슨 일인지 걱정하는 것보다 확인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뒤 경찰차가 왔다. 경찰 아저씨들이 소리를 듣더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삼각봉까지 펼쳐 들고 살금살금 내려갔다. 금방 경찰 아저씨들은 웃으시면서 올라왔다.
너무나 놀란 상태여서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했다.
알고 보니 연습실에서 연극 연습 중이었던 것이었다. 울부짖는 소리, 악 쓰는 소리들이 모두 다 남자 한 명의 연극 연습이었던 것이었다. 경찰 아저씨는 미래의 멋진 배우가 연습 중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놀라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남자분도 올라와서 놀라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방음이 정말 잘 안 되는 건지, 남자분의 성량이 지나치게 좋았던 것이었는지, 둘 다였는지 모르겠지만 짧은 시간 엄청 무서웠다가 엄청 웃긴 상황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경찰차는 3대나 출동했다. 가게 주변의 모든 사람이 다 나와서 구경한 것이 남자 한 명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걱정했던 무서운 일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가게에서 무서운 시간을 보낸 엄마와 나, 그리고 연습실에서 열심히 연습을 하던 남자분에게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만들어 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