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 그대로 2

by BABO

우리 가게가 위치한 곳은 작은 사무실이 많은 골목이다. 그래서 평일에는 점심시간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르르 왔다가 우르르 가는 정신없는 점심시간이다. 그러나 주말에는 거리가 한산하다. 번화가랑 조금 떨어진 곳이라 복작복작 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여유롭다.


토요일에는 관광객 손님이 없으면 한산하다. 손님이 없다고 해서 일하는 사람이 한가한 건 아니다. 토요일은 청소를 하는 바쁜 날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청소는 김밥 다이다. 김밥 재료들을 다 꺼내서 받드도 닦아야 하고, 냉장칸에 있는 것도 다 끄집어내서 정리해서 넣는다. 후다다닥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아닌데, 청소를 시작하고 띄엄띄엄 손님들이 오면 청소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점심시간에 조금 한가하다 싶으면 일찍 밥을 먹는다. 식사시간을 알리는 안내판을 걸고 여느 때와 같이 빠른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시간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1시 40분부터 식사시간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우리는 1시 20분부터 먹기 시작했다. 먹기 시작하자마자 누군가 가게의 문을 열었다.


"아직 식사 시간 아니죠? 40분부터죠?"라면서 들어왔는데, 이미 밥 먹을 준비가 되어 있는 걸보고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엄마는 괜찮다고 하면서 주문해도 된다고 했다. 손님은 김밥 2줄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김밥을 싸는 동안 엄마랑 담소를 나눴다.


손님이 간 후 이야기를 들어보니, 손님은 과천으로 이사를 갔는데, 가끔 이 근처에 올 일이 있을 때는 꼭 들려서 김밥을 포장해 간다고 했다. 1시 40분 ~ 2시 20분이 식사시간이라고 안내가 되어 있어서 1시 40분 전에 온 거라고 했다. 바로 과천으로 가야 해서 2시 20분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고.


엄마는 이사 가서도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다음에 다시 오라고 했다. 물론 다음에 다시 오면 엄마한테는 새로운 손님일 테지만.


아빠는 이야기를 듣더니 그런 사람 많다면서, 이사 간 사람들이나 직장 옮긴 사람들이 꼭 근처 오면 들렀다 간다고 뿌듯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내가 생각해도 우리 가게 김밥은 참 맛있다. 우리 엄마, 아빠의 노력과 정성이 듬뿍 담겨있고, 그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나한테는 더 맛있게 느껴지는 김밥이다. 아마 손님들도 우리 가게의 김밥과 함께 한 추억들이 있기 때문에 잊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도 다 한 자리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쌓아갈 수 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그대로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동안에는 우리 가게 김밥을 사랑해 주는 모든 분들에게 맛있게 해 드릴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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