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홍반장

by BABO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 영화 홍반장에 나오는 홍반장을 아는가? 나는 아주 잘 안다. 그런 홍반장이 우리 가게에 있다. 바로 우리 아빠다.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홍반장은 철저하게 시급으로 계산해서 돈이라도 받아오지, 우리 동네 홍반장은 무급이다. 그런데도 부르면 여기저기 참 잘도 간다.


어둠이 슬슬 내려오는 시간에 갑자기 할머니가 가게 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뒷집인지 옆집인지에 살고 있는데, 밥 먹으러 온 적도 있는데, 집에 TV 좀 떼어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 엄마랑 나는 당황스러워 쳐다보고만 있는데, 아빠는 장비가 있는지 물었다. 할머니는 장비가 없다고 하니 아빠는 드라이버를 찾아서 따라나섰다. 엄마는 나에게 본 적 있는 사람이냐고 물었는데, 나는 처음 본 사람이었다.


그렇게 아빠는 핸드폰도 두고 가버렸다. 금방 올 것 같았지만 20분 정도 시간이 지났고 엄마랑 나는 도대체 어디까지 갔냐며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핸드폰도 두고 가서 연락도 안 되는 상황이라 마냥 기다릴 수밖에.


30분이 지나서야 아빠는 왔다. 그리고 아빠 뒤로 도움을 요청했던 할머니와 일행들이 함께 왔다. 나는 정말 이럴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일단 할머니와 일행들은 돌솥비빔밥을 주문해서 밥을 먹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들고 흔들며 출장비라고 받으라고 했다. 아빠는 괜찮다고 하면서 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짜증이 났다. 돈의 액수며, 하는 행동이며 하나 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게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을 데리고 가서는 고작 만원을 허공에 흔들며 받으라고 하는 그 행동이 정말 별로였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어른은 아니다. 전혀 아빠를 존중해주지 않는 태도로 보였다. 그러고 나서는 TV를 양주까지 옮겨야 하는데 용달이 없다며 용달을 알아봐 달라고 하기까지... 아빠는 또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하며 용달을 알아봐 준다. 용달은 연락이 잘 되지 않아 결국 알아봐 주지 못했지만, 하... 이 정도면... 좋지 않은 말이 나올 것 같아 말을 아끼겠다.


이런 일이 참 많다. 어떻게 알고 오는지, 아빠한테 이것저것 해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우리 가게가 있는 건물에는 무언가 고장 나면 거의 다 아빠가 고친다. 화장실도 아빠가 고치고, 주차장의 호스도 아빠가 고치고, 3층에 뭐가 고장 났다고 전화 오면 올라가서 고치고 온다. 가게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가서 해달라는 거 해주고 온다.


가게에 장사를 하고 있는데도 부르면 어디든 가는 우리 아빠, 왜 그러는지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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