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김밥 할머니

by BABO

우리 집 김밥에 들어가는 계란지단은 엄마가 직접 만든다. 아빠가 아침에 계란 3판을 깨서 풀어놓으면 엄마는 프라이팬 3~4개를 이용해서 지단을 부친다.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다. 꽤 두꺼운 두께의 지단을 부치고 한참을 식힌 후에 잘라서 사용한다. 동그란 달 모양의 지단을 김밥에 넣어갈 크기에 맞춰 잘라서 사용한다. 이렇게 힘들게 만든 지단을 보고는 한 할머니가 와서 지단 색깔이 이상하다고 트집을 잡았다.


"치즈김밥 하나 주세요."라고 하더니 "계란 색깔이 왜 그래? 원래 그래?" 이러면서 당황스러운 질문을 했다. 엄마는 계란을 풀어서 하면 이렇게 되는 거라고 설명을 했는데, 계속 이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즈김밥은 사 갖고 가셨다.


가신 뒤, 엄마랑 이상한 할머니라고 했다. 그런데, 그 뒤로 매일 오셨다. 매일 오셔서 레퍼토리는 똑같았다. 계란이 이상하다고, 그러다가 하루는 밥 색깔이 이상하다고, 뭐 하나씩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도 매일 오셨다. 정말 이상한 할머니.


하루는 뭐가 또 이상하다고 말하더니 "내가 이상하지?"라고 하시면서 "좋아서 그래."라고 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이상하다고 말씀하셨나 보다. 매일 치즈김밥 한 줄이나 두줄을 사가시면서 뭐라도 꼭 말씀하시고 가셨다.


또 어느 날은 "옥수수 좋아해?" 하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서 옥수수를 꺼내 주시고는 맛있어서 나눠주는 거라면서 주고 치즈김밥을 사 갖고 가셨다.


사람이 그리워서, 대화가 그리워서 그런 걸까? 처음엔 진짜 이상한 할머니였다. 매일 트집 잡는 이상한 할머니. 그런데 점점 정스러운 할머니가 되어갔다. 오시는 날이 길어지면서 트집은 없어지고, 간식도 나눠주고 오늘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하고 가셨다.


어느 순간부터 오지 않으셨다. 대신 딸이 와서 치즈김밥을 사 갖고 갔다. 그런데 딸도 똑같이 이것저것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모전여전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너무 웃겼다. 딸도 언젠가부터 오지 않는다. 어디 멀리 이사를 가신 것 같다. 가끔 올 때마다 무슨 말이라도 꼭 얹고 가는 치즈김밥 할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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