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기획사 이사라는 사람이 왔다. 몇 번 가게에서 밥을 먹고 갔었고, 회사 소속 아이돌 연습생들이 밥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고 있다고 했다. 장부 작성하고 일주일 또는 월로 계산을 하겠다고 한 후 연습생 친구들이 밥을 먹으러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남자아이들로 6~7명가량이 되었다. 아주 어린 친구들은 아니었고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아이들이었다. 잘 먹을 나이의 친구들이라 여러 종류로 먹었다. 우리 집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집이니!
유독 한 친구 A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A는 다른 친구들이 오지 않아도 혼자 와서라도 꼭 밥을 챙겨 먹는 아이였다. 그리고 인사도 열심히 하고 가는 친구였다. 굉장히 바른 친구 같아 보였고, 성실해 보였다.
식사를 한 지 반년쯤 지나자 기획사가 이사를 가면서 가게와 연습실의 거리가 조금 멀어졌다. 그래도 A는 꾸준히 와서 밥을 먹었고, 다른 친구들은 종종 와서 먹기도 했으나 대부분 A가 포장해서 가져다주었다. 우리 집은 직접 배달은 하지 않기 때문에 배달을 하려면 배민이나 쿠팡이츠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결제 문제가 있어서 꼭 A가 포장해서 갔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 가게가 있어서 제가 참 행복해요."라고 말해주고 가는 친구였다.
연습생들이 밥을 먹기 시작하고 처음 일주일이 지나자 바로 결제를 해주더니 그다음에는 한 달 만에 결제를 하고, 그 뒤로 결제를 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전에는 이사라는 사람이 가게 앞으로 자주 왔다 갔다 했는데, 결제가 밀리면서부터는 보이지 않았다.
참 미련하게도 연락처를 받아두지도 않았던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매일 오는 A에게 결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빠가 조심스럽게 이사에게 말해달라고 했고, A는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이사한테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연습들이 오면 밥을 챙겨주었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A에게 포장을 해달라고 해서 먹었다. 계속 결제가 밀리는 걸 알고 있는 A는 어느 날 "이사님이 사기꾼은 아니실 거예요. 그랬으면 진작 팀이 없어졌을 거예요."라는 이야기도 하며 약 1년간 가게에서 밥을 먹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끝은 슬프다. 1년이 될 무렵 이사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제야 명함을 받아두었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갔으나 연락이 없었다. 문자와 전화를 수차례 했으나 처음에는 준다고 했으나 점점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내용증명서를 보내고, 가압류도 걸어보고 지급명령 신청도 했는데, 아직도 돈은 받지 못했다.
그때 연습생들은 어떻게 됐을까? 싱글 앨범을 내고 데뷔를 하긴 했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가끔 검색을 해보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인스타도 그때 그 시점에서 멈춰있다. 어디서든 잘 살고 있으면 다행일 텐데... 특히 A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와서 밥 먹고 갔던 아이, 노래도 참 잘하는 것 같았는데 TV에 많이 나오는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라도 보이면 참 반가울 것 같다. A는 성실하니까 꼭 가수로든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