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한 느낌은 과학

by BABO

조금은 부산스러운 느낌으로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문 앞에 자리를 잡고 옛날김밥 한 줄을 시키셨다. 이상하게 시선이 가면서 느낌이 쎄했다.


쎼한 느낌은 과학이다. 그동안의 나의 경험들이 모여 쎄함을 감지할 수 있게 되는 거라고 그랬다. 그래서 나는 나의 쎄함을 잘 믿는 편이다. 쎄한 느낌이었지만, 특별히 말을 건다거나 별다른 행동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잠시 뒤, 나에게 와서 라볶이가 사진상으로 매워 보이는 데 맵지 않게 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어렵다고 했다. 그냥 어떻게 해줘도 맵다고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라볶이 주문을 포기했다.


식사를 다 마치고 할머니는 계산을 했다. 아빠에게 얼마인지 물었다. 아빠는 "3,500원이요."라고 하자 할머니는 정말 상상도 못 할 말을 했다. "2,000원인 줄 알았어요."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아빠는 요즘 말로 긁혔다. 아빠는 요즘 김 한 장 값이 얼마인지 아냐고부터 시작해서 요즘 물가가 얼마인지, 시장은 가보고 말하는 건지 등등 끝도 없이 말을 쏟아냈다. 할머니는 김밥을 안 사 먹은 지 오래됐다는 말을 했다. 그냥 여기서 멈추면 되는데, 아빠의 입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중간에 말을 끊었다. 그래도 아빠는 하고 싶은 말들을 했고, 할머니는 "그래요?"라며 이야기를 들었다.


드디어 대화가 멈추고 할머니는 계산을 했는데 가지 않고 자리에 한참 앉아서 이것저것을 하다가 아빠한테 오더니 "아저씨, 잘 먹었어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갔다. 아빠도 아빠고, 할머니도 할머니고 참 여러 의미로 대단하다.


들어올 때부터의 쎄함은 역시나 과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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