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옛날김밥만 드시던 할아버지. 다른 것을 대접해드리고 싶어도 그래도 될까 싶어 생각만 하면서 지켜보게만 했던 할아버지가 드디어 다른 음식을 드시기 시작했다.
항상 김밥만 드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벽면의 메뉴판을 한참을 보셨다.
"다음에 와서는 아무도 없으면 청국장을 먹어야겠어요."
"사람 있어도 청국장 드셔도 돼요."
"다른 사람 있으면 냄새나서 싫어할까 봐."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 있어도 시키셔도 돼요."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할아버지는 청국장을 드셨다. 청국장을 다 드시고는 또 벽면의 메뉴판을 보셨다. 매번 올 때마다 김밥만 먹어서 메뉴판을 보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사진이 다 맛있어 보인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에도 다른 것을 먹어봐야겠다고 하시며 가셨다.
이 날 이후로는 말없이 자리에 앉으시는 날에는 옛날김밥을 드시는 날이다. 그리고 다른 것을 드실 때는 가게에 들어오시면서 "오늘은 김밥 아니에요."라고 하신다.
요즘 잘 드시는 것은 돈까스다. 다른 음식들도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엄마랑 둘이서 김밥만 드시는 모습을 보고 걱정했던 시간이 훌훌 날아갔다.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다양한 음식들을 잘 드시니까!
할아버지도 이제는 좀 더 친해진 사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계산을 마치면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가신다. 활짝 웃으시면서. 이런 시간이 부디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