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옛날이야기다. 전화로 포장 주문을 하는 손님이 있었다. 대부분의 포장은 볶음밥이었다. 그리고 항상 같은 요청사항이 있었다. "기름 적게요."라고. 전화를 하는 것도 포장을 픽업해 가는 것도 중년 여성분이었지만, 먹는 것은 중년 여성분의 아들이었다.
아들인 것을 알게 된 일화가 있다. 한 번은 부대찌개를 포장해 갔다. 그런데 중년 여성분이 포장해 간 것을 다시 가져왔다고 했다. 아들이 부대찌개가 맛이 다르다고 먹지 않는다고 해서 가져왔다고 했다. 아들이 울었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필이면 엄마는 부대찌개를 끓일 때 원래 들어간 재료가 아닌 다른 것을 더 넣었다고 했다. 그래서 부대찌개를 다시 끓여줬다고 했다. 이렇게 음식은 아들이 먹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에는 "기름 적게요."라고 말하는 포장 주문 전화가 오면 더 꼼꼼하게 챙기게 되었다. 각종 볶음밥을 기름 적게 해서 포장해 갔었는데, 언젠가부터 전화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중년 여성분을 거리에서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한동안 잊고 있었다. 항상 기름 적게를 요청했던 손님이 있었다는 것을.
그런데 최근 들어 배달 요청사항에 "기름 적게요."가 적힌 배달이 꾸준히 오고 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요청사항을 읽었었는데, 이게 반복이 되다 보니 항상 기름 적게 포장해 달라던 손님이 떠올랐다. 그리고 엄마와 이야기했다. 혹시 그때 그 손님이 이젠 배달을 시키는 게 아닐까 하고.
맞다면 다시 만나게 된 반가운 손님이고, 아니라면 소중한 추억을 다시 떠오르게 해 준 고마운 손님이다. 이래 저래 우리 가게의 소중한 손님인 건 확실하다. 어떤 인연의 손님이든 오래 함께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