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신없이 바쁘던 어느 날, 필리핀 사람이 왔다. 여자 두 명이었던 것 같은데, 얼굴도 기억나지 않고 무엇을 먹고 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필리핀 사람이라는 걸 아는 건 메모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 위에 "감사합니다 ~ 필리핀사람(필리핀국기)"이라는 메모를 남기고 갔다.
이 친구들은 어떻게 우리 집을 알고 왔을까? 검색을 해서 찾아온 걸까? 아니면 우연히 들어온 걸까? 이것저것 궁금증이 생겼지만 알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 집에서 밥을 먹고 메모를 남겨 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예쁘고 또박또박 쓰기까지 열심히 연습했을 모습이 절로 상상이 되었다. 한글을 열심히 공부해 주고 사랑해 주는 느낌이 들어서 알 수 없는 뿌듯함까지 느껴졌다.
해외에 나가서 그 나라의 언어로 감사인사를 전달하고 온다는 게 아주 멋진 일인 것 같다. 이 메모로 인해 이 날 우리 가족은 아주 행복한 하루를 보냈으며, 이 친구들이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나도 다른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 나라의 언어로 감사한 마음을 담은 메모를 하나쯤 남기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낀 이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소한 작은 메모 한 장이 멋진 추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