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로 김밥 주문 전화 한 통이 왔다. 주문을 하고 싶은데, 혹시 포장지를 다르게 해서 주문이 가능한 지 물어봤다. 포장지는 직접 가져오겠다고 했다. 어떤 것으로 포장을 원하는지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했고, 가게에 들르겠다고 했다. 전화 통화를 한 후 며칠 동안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장난전화인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유산지로 된 포장지를 들고 찾아왔다.
김밥은 400줄 예약이었고, 가져온 유산지에 포장을 해서 아침 8시까지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가게는 정말 김밥 공장이 되어버렸다. 엄마, 아빠, 나 그리고 동네 아주머니(다른 김밥집에서 김밥을 마시는 분이다) 이렇게 4명이서 새벽 5시부터 열심히 말고, 썰고, 포장하고 주방에선 밥을 하고 또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정말 공장이 따로 없었다. 일사불란하게 각자 자신이 맡은 과정을 착착착했다. 이런 걸 동영상을 찍어놨어야 하는데 말이다. 정말 이른 새벽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시간의 압박이 있었으니 정신 차리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냥 움직여야 했다. 유산지에 포장된 김밥은 박스에 차곡차고 담아 테이프까지 붙여야 완성이었다.
자세히 보니 유산지에 글씨가 쓰여 있었는데, 그건 노래 제목이었다. 신인가수의 홍보에 사용할 김밥이었다. 노래 제목이 김밥이라고 했던가 노래의 내용이 김밥에 관한 에피소드였던가 그랬다. 그래서 김밥을 홍보에 사용하기 위해서 주문을 한 거라고 했다. 우리 가게 김밥이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힘든 단체 주문을 마쳤다.
그리고 그날 오후, 다시 전화가 왔다. 추가 주문이었다. 이 후로 2~3차례 더 추가 주문이 있었고 김밥이 아주 맛있다고 했다. 어떤 가수였는지 물어볼 걸 그랬다. 물어보지 않아서 아직도 누군지는 모르지만, 멋진 가수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