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식가 독일청년

by BABO

말끔하게 생긴 키가 큰 짙은 갈색머리의 외국청년이 들어왔다.

가게를 두리번두리번거리더니 문 앞의 2인석에 자리 잡고 앉았다.

보통 외국인이 오면 사진 메뉴판을 가져다주고 주문을 받는데, 이 날따라 메뉴판을 가져다줄 틈이 없었다. 다른 손님들이 메모지에 적어 주문하는 모습을 봤는지, 메모지에 한글로 적어 주문을 했다. 식사류 2종류와 콜라. (글씨가 어찌나 또박또박 예쁘게 적었는지, 감동이었다.)

양이 많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반찬까지 깔끔하게 다 먹었다. 얼마나 깨끗하게 먹었는지, 엄마가 아주 좋아했다. 그날 이후로 거의 매일 점심을 먹고 갔다.

항상 식사류 2가지와 콜라. 너무나 잘 먹어서 예뻐 보였다. 식당에서는 잘 먹는 사람이 제일 예쁘다.

한 두 달이 지났을 무렵, 뚝배기불고기와 계란말이 김밥, 그리고 역시나 콜라를 주문하고 맛있게 먹었다. 음식을 다 먹고 계산을 했는데, 이상하게 나가지 않고 쭈뼛거리며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빠와 눈이 마주치자 본인이 독일 사람인데,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를 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적절히 섞어서... 우리 아빠의 뛰어난 재주가 하나 있는데, 모든 외국인들과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빠는 한국어로 열심히 이야기하고 독일청년은 그동안 고마웠다는 표현을 영어로 했는데, 얼추 다 뜻이 통해 보였다. 그리고는 악수를 청해서 아빠랑 악수하고 나랑도 악수하고 인사를 마쳤다.

마지막 주문했던 주문 종이가 너무 귀여워서 내 자리에 붙여 두었다. 'ㄹ'자를 반대로 써서 "oh, oh"라는 글씨와 귀여운 그림을 그린 종이.

몇 달 뒤, 키가 큰 짙은 갈색머리에 수염을 기른 외국 청년이 왔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청년이 내 자리에 붙은 메모를 보더니 너무 기뻐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It's me."라고 했다. 반갑다고 인사를 했고 이 날도 역시나 식사류 2종류와 콜라를 맛있게 먹고 돌아갔다.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준 독일청년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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