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핑크 소녀

by BABO

핑크색의 옷이 인상적인 금발머리 소녀가 들어왔다. 내 눈엔 귀여운 소녀로 보였다. 20대이지 않을까 하고 추정되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녀.

사진 메뉴판을 보면서 “고기 없어?”를 물으며 열심히 메뉴를 고르는 모습이 귀여웠다. 한참을 고르다 선택한 메뉴는 비빔국수. 맵다고 했더니 활짝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옛날김밥 “고기 없이“ 달라고 했다.

“고기 없이”만 한국어로 배워온 것 같았다.

이 날 이후로 자주 가게에 왔다. “카레, 고기 없이”, “김밥 고기 없이” 등 항상 고기 없이를 외치면서.

올 때마다 다양한 핑크색의 옷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엄마는 그 소녀를 “핑크핑크”라고 불렀다. 꽤 자주 오던 친구라 안 오는 날이면 엄마는 “핑크핑크, 오늘은 안 오네.“ 라며 기다리는 날도 생겼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어느 날 “언니”라는 말을 배워왔다. 그리고는 나를 “언니”로 부르기 시작했다. “언니, 고기 없이”를 항상 말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고마워요”.라는 말도 굉장히 자주 쓰며 항상 눈인사를 했다.

가게가 사람이 많아 내가 날아다니고 있을 때면 가만히 앉아서 말 걸 때까지 기다리다가 “뭐 드릴까요?”라고 물아보면 그제야 “언니, 카레 고기 없이, 김밥 고기 없이” 주문했다.

고기 없이 카레, 비빔국수, 오므라이스, 옛날김밥을 돌려가며 먹었는데 지겨웠는지 메뉴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 음식에 고기 없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추천한 메뉴는 쫄면과 비빔밥이었다. 이 음식들도 다 먹어봤는데, 결국 제일 많이 먹는 것은 비빔국수와 옛날김밥.

자주 오다가 한동안 안 와서 엄마랑 집에 갔나 보다고 가끔 이야기를 했다.

해가 바뀌고 나서 다시 나타난 핑크소녀!! 이번엔 친구들도 데려오며 한동안 가게에 왔었다. 그리고는 인사도 없이 또 사라졌다.

등장만으로도 사랑스러운 기운을 마구 뽐내던 핑크소녀, 잘 있겠지? 가끔 기운이 없을 때 핑크소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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