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투쟁기

by BABO

보통 분식집에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다. 우리 가게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을 먹을 때도, 점심을 먹을 때도, 저녁을 먹을 때도 하루 중 한 번이라도 편하게 앉아서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밥을 꼭꼭 씹어서 먹는 게 아니라 후루룩 마시는 느낌으로 먹게 되고, 밥을 먹었는지 말았는지, 배가 부른 건지 안 부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엄마와 아빠 모두 만성 위장 장애에 식도염을 갖고 있다. 이게 맞나? 싶었다. 하루에 한 끼라도 편하게 먹어야 몸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밥 먹다가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게 나는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나는 브레이크 타임, 나의 점심시간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


처음엔 A4 크기의 종이에 쉬는 시간을 적어서 붙여 놓았다. 너무 작았는지, 문 앞에 종이를 붙여 놓았는데도 문을 열고 들어와 주문을 했다. 손님이 들어와서 주문을 하면 엄마와 아빠는 거절을 하지 않았다. 그냥 다 주문을 받았다.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적어놓은 보람도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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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서 가게를 하시는 분은 꼭 2시에 와서 주문을 했다. 그래서 우리 가게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니 10분만 늦게 와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당신의 가게가 2시부터 3시가 브레이크 타임이니 2시에 와서 밥을 먹고 30분은 낮잠을 자야 해서 안된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우리 가게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적어놓았고, 말로도 알려줬는데 그 시간은 지켜주지 않으면서 당신의 브레이크 타임은 지켜야 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한테 정말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하니, 엄마는 아침도 안 드시고 장사하시면서 2시에 점심 먹을 시간만 기다릴 텐데, 너무 그러지 말라고, 손님 편을 들었다. 엄마에게 엄마를 더 지켜줘야지 왜 남을 더 지켜주냐고 싫은 소리를 잔뜩 했다. 아무튼 그 뒤로도 계속 2시만 되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주문을 하는 통에 엄마는 밥 먹다 말고 일어나야 했다.


그래도 계속 브레이크 타임을 붙여놓고, 이야기를 했더니 2시 전에 문을 연 손님들에게는 지금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주문을 받지 않고 밥을 먹었다. 그러나 2시에 오는 손님 밥은 밥을 다 먹지 않아도 해줬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주 크게 손잡이를 잡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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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타임이 1시 40분부터 2시 20분이나, 2시 20분까지 쉰 적은 손에 꼽는다. 보통 2시가 조금 넘으면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다시 연다. 2시에 오던 손님도 이 팻말을 붙이고는 조금 늦게 시간 맞춰서 온다.


그러나, 정말 대단하게 이 팻말을 뚫고도 문을 여는 손님들이 있긴 하다. 그러면 밥 먹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래도 적어도 점심 먹는 시간은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아침이나 저녁은 여전히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먹고 있다. 마음 같아선 아침 시간도, 저녁 시간도 팻말을 걸어놓고 먹고 싶지만, 그건 엄마, 아빠가 받아들여주지 않을 것 같다. 점심시간만이라도 지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점심시간 투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모두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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