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계란밥

by BABO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단골손님. 입이 짧고 가리는 것이 많은데, 간장계란밥을 좋아하신다. 당연히 우리 가게에는 간장계란밥이라는 메뉴는 없다. 그런데 재료가 있는 것이라면 웬만하면 해드린다. 그래서 가끔 가게에 앉아있다 보면 일본 드라마인 심야식당이 생각난다. 심야식당에서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면 할 수 있다고 음식을 해주던 장면이, 우리 가게에서도 일어난다.


밥 한 공기보다는 조금 적게 그릇에 넣고, 마가린 조금, 간장 조금 그리고 그 위에 계란후라이를 올려서 드린다. 그러면 한 그릇 뚝딱 다 드신다. 다른 음식들은 대부분 다 먹지 못하고 남기시는데 간장계란밥만큼은 다 드신다. 가게에 기운 없이 오셔서 "그 밥 주세요."라고 주문하고 한 그릇 뚝딱 하시는 모습을 보면 괜히 혼자 뿌듯하다.


엄마는 손님들이 하는 대부분의 요청사항을 들어주는 편이다. 맵게 해 주세요, 덜 맵게 해 주세요, 짜게 해 주세요, 싱겁게 해 주세요 이런 건 당연히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어려운 요청사항들도 가능하면 들어준다. 원래 메뉴에 없는 간장계란밥 같은 것도 말이다. 우리 가게엔 어묵탕도 없지만, 손님이 해달라고 하면 어묵탕도 해준다. 나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메뉴에 있는 것도 많은데 거기에 없는 것을 굳이 만들어서까지 하는 게 귀찮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엄마한테는 손님들의 요청사항을 맞춰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엄마만의 정을 나누는 방식 같다.


엄마가 앞으로도 간장계란밥과 같이 메뉴에 없는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엄마의 행복이라면 (조금 마음에 들진 않지만) 기꺼이 응원해야겠다. 그 순간은 엄마와 손님 모두 행복한 시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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