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전화주문

by BABO

평일 11시 50분쯤 되면 전화가 온다. "갈비탕 하나요." 아니면 "돈까스 하나요." 등... 식사주문이다. 그러면 나는 상 위에 반찬을 두고 밥상보를 덮어둔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면 밥상보 밑에 넣어두면 오래된 단골손님이 오신다.


정말 오래된 단골손님. 처음에는 그냥 와서 주문을 했었는데, 점점 점심시간에 자리가 없어서 기다려야 하는 날이 많아지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전화가 오면 일단 자리부터 맡아두고 음식을 해놓는다. 그러면 잠시 뒤에 와서 바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고, 바로 식사를 하고 가신다.


이 손님에게 미안한 일이 있었다. 너무 미안했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날의 일이 잊히지 않는다. 유독 바쁜 날이었다. 내가 매장 안을 끝에서 끝으로 마구 날아다니고 있던 날, 손님은 1인석에서 돈까스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정신없이 상을 치우다가 정말 무슨 만화처럼 김치가 담겨있던 접시가 포물선을 그리며 쓩하고 날아갔다. 이 접시는 돈까스를 먹고 있는 손님에게로 날아갔고, 다행히 접시에 맞지는 않았지만, 옷과 얼굴에 김치국물이 다 튀었다. 나는 정말 너무 많이 놀랐고, 손님 역시 나처럼 깜짝 놀란 데다가 당황스러워했다. 식사를 하던 중 날벼락을 맞은 손님은 밥을 다 먹지도 못하고 계산을 했다.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아니라며 돈을 내고 갔다.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고 하며 세탁비를 드렸고, 혹시 세탁으로 되지 않으면 새 옷으로 사주겠다고 했다.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이 일로 인해 앞으로 가게에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다음 날 오셨다. 옷은 세탁소에 맡겼다고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도 거의 매일 오는 단골손님이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 다만, 실수 이후의 과정이 중요하다.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엄마와 아빠가 손님과 쌓아온 유대관계가 돈독했기 때문에 실수도 용서가 된 것 같다. 매일이 파란만장한 실수 퍼레이드로 가득한 날이지만, 나는 엄마와 아빠의 품에서 실수도 좋은 공부로 배울 수 있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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