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가치

by BABO

난 흥정을 안 한다. 할 자신도 없거니와 흥정을 할 필요도 느끼질 못한다. 상품이 가격이 정해져 있다는 건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흥정을 하지 않는다. 흥정을 하면 왠지 그 상품의 가치를 내가 떨어뜨리는 것 같은 기분이라서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우리 가게에는 음식 값을 흥정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히 김밥 단체 주문의 경우에 그렇다. "단체주문인데요, 가격을 깎아주세요."라고 하면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우리 가게의 기본 김밥인 옛날 김밥은 현재 3500원이다. 주변에 우리 가게보다 저렴한 김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깎아달라고 하다니, 안된다고 거절한다. 그러면 "서비스로 몇 개 챙겨주세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엄마, 아빠는 굳이 달라고 안 해도 고마운 마음에 알아서 챙긴다. 그러나 저런 소리를 들으면 해 주려는 마음이 생기다가 만다.


얼마 전에는 옛날김밥 40줄을 주문하면서 40줄 가격에 5줄만 참치김밥으로 해달라고 하는 주문도 있었다. 이미 몇 차례 포장해 가면서 서비스로 몇 줄 더 달라고 하던 곳이라 알겠다고 하고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 5000원 아껴서 참 부자되겠다고. 편견일 수 있지만 보통 촬영팀들이 그렇다. 이 주문도 촬영팀이라고 하면서 전화 온 곳이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서비스 요청이나, 가격 흥정을 보고 있으면 왠지 엄마, 아빠의 노력들이 무시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참 좋지 않다. 가격이 시가도 아닌 정해진 가격으로 되어 있는데도 그 가격을 깎으려는 이유는 뭘까? 정말 사정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거라면 이해라도 하는데, 내 생각엔 그런 것 같지 않다. 그냥 가치를 폄하하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음식을 만드는 수고로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면 저렇게 깎아달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엄마 아빠는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한다. 난 아직 어른이 덜 되어서 좋은 게 좋은 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의 노력에 대한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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