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계십니까?"라고 말하며 지팡이를 짚고 오신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그러면 아빠는 "안 계신데요."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은 몇 개요?" 물어본다. 그러면 "한 개." 혹은 "두 개."라고 하면 아빠는 알아서 치즈김밥을 싼다.
치즈김밥 할아버지는 아빠만 찾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빠만 치즈김밥 할아버지와 대화를 한다. 엄마와 나는 치즈김밥 할아버지와 대화하기를 포기했다.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빠랑은 참 죽이 잘 맞는다. 이러쿵저러쿵 어찌나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지, 할아버지는 돈을 낼 때도 만 원짜리, 오천 원짜리, 천 원짜리를 잔뜩 꺼내고 어떤 걸 줘야 하나 그러면서 마치 아이들이 은행놀이 하는 것처럼 돈을 내고 간다. 이런 장단은 우리 아빠만 맞춰준다. 그래서 아빠만 찾는다.
정말 재밌는 게 아빠는 치즈김밥 할아버지가 오시면 문도 잡아주고 손도 잡아주고 가게 들어오는 길을 에스코트해주는데, 할아버지는 엄청 힘들어하면서 가게에 들오신다. 그러나 아빠가 없을 때는 혼자서 문 열고 잘 들어오신다. 이것도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건가 보다.
아빠가 장을 보러 가서 자리를 비웠을 때 치즈김밥 할아버지가 오셨다. 엄마는 아빠가 자리를 비웠고, 한 시간 뒤에 온다고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그냥 가셨다. 그리고는 한 시간 뒤에 오셔서 김밥 포장을 해가셨다. 또 한 번은 아빠가 늦게 올 거라고 했더니 그때는 배 고프니 그냥 달라고 해서 포장해 드렸다. 우리 가게에는 꽤 많은 아빠 바라기 손님들이 있는데 그중 단연 돋보이는 아빠 바라기 손님이다.
가끔 내 마음에는 들지 않는 치즈김밥 할아버지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치즈김밥 포장하러 오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