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의 아저씨 한 분이 가게로 들어와 아무 말 없이 김밥다이를 손으로 가리킨다. 옛날김밥 한 줄 포장을 해달라는 몸짓이다. 이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기란 하늘에 별따기와 같다. 인사는 목례로 간단하게 하고 주문은 손가락으로 김밥다이를 가리키면 끝.
꽤 오랜 단골 아저씨다. 항상 무표정에 말도 없으시다. 그러다 하루는 엄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대화 내용인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꽤 재밌는 이야기였는지 아저씨의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 목소리를 들은 것도 진짜 신기했다.
아마 처음에 가게에 오셨을 때는 김밥 주문은 말로 하셨을 텐데, 오랜 시간 가게에 오다 보니 이젠 말도 필요 없이 몸짓으로만 주문이 가능한 경지에 오른 것 같다.
내가 처음 이 아저씨를 봤을 때는 '말도 안 하고 손으로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모습도 자주 보게 되면서 익숙해졌다. 아저씨와 엄마, 아빠가 있는 가게에서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통하는 사이가 된 것 같다. 시간을 함께 쌓아가는 소중한 사람인 단골손님, 앞으로도 자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