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전날, 네이버 주문이 하나 들어왔다. 수능날 아침 7시 20분에 계란말이 김밥을 학생이 찾으러 갈 예정이고, 수험생이니 은박지가 아니라 도시락통에 포장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요청사항에 적혀있었다. 그리고 바로 가게로 전화가 왔다. 일단 포장해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도시락통이 없어서 포장이 어렵다고 했더니 그러면 그냥 은박지에 해달라고 했다. 아침 7시에 문을 여니 가능하지 않냐고 해서 알겠다고 포장해 놓겠다고 했다.
괜히 마음이 쓰이는 주문이었다. 수험생인데, 도시락도 아니고 김밥 한 줄로 수능을 보다니! 괜스레 안쓰럽고 안타깝고 그랬다. 그래서 아빠한테 은박지 말고 배달에 쓰는 다회용기에 포장해 주자고 했다. 아빠가 그럼 어떻게 반납받냐고 안된다고 해서 반납받지 못하더라도 이왕이면 다회용기에 포장해 주자고 했다.
그리고 수능 당일 출근해서 계란말이 김밥 포장 잘해줬는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수험생인 친구가 와서 아침식사로 오므라이스를 먹었고, 계란말이 김밥도 다회용기에 잘 포장해서 줬다고 했다. 오므라이스도 많이 해줬는데, 다 먹고 갔고 집에 가는 길에 다회용기도 반납하고 갈 거라고 했다.
그리고 5시가 넘자 한 학생이 들어와 가방에서 주섬주섬 검은 봉지를 꺼냈다. 자세히 보니 다회용기였다. 시험 마치고 다회용기 반납하러 왔다. 그래서 시험 잘 봤는지 물어보니 웃으며 "네."라고 했다. 엄마는 "답을 잘 적어야지." 했다. 학생은 웃으며 "네."라고 했다. 그래도 학생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보니 시험을 잘 본 것 같다.(그렇게 믿고 싶다.) 부디 좋은 결과가 나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