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전화

by BABO

우리 가게의 돈까스는 남녀노소 다 좋아한다. 특히 소스를 좋아하는 손님들이 많다. 그래서 가장 많이 듣는 요청 중 하나가 "돈까스 소스 많이 주세요."다.


항상 돈까스를 포장해 가면서 "돈까스 소스랑 샐러드 소스 많이 주세요. 소스가 참 맛있어요."라고 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돈까스를 포장해서 갔다.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하고 올 때고 있었고 가게에 와서 주문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쁘게 점심 장사를 하고 있는 중 전화가 왔다. "내가 거기서 돈까스를 시켜 먹는 사람인데요." 했는데,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알았다. 항상 돈까스 소스와 샐러드 소스를 많이 달라던 아저씨. 그래서 돈까스 주문인가 싶었는데, 전혀 다른 말을 했다.


"나 아는 누나가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데, 싸인 하나만 해주세요."


우리 가게는 가족끼리 운영한다. 그래서 사람을 더 뽑을 생각도 없어서 채용공고를 낼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 갑자기 싸인을 해달라는 게 조금 어이가 없었다.


"우리 가게는 사람을 뽑지 않아요. 그래서 싸인은 못 해 드려요."

"사람 안 구해도 싸인만 해주면 돼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어쨌든 난 해줄 수 없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 방법이라는 걸. 그런데 나도 열심히 내고 있는 고용보험을 헛되이 쓰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바쁜 점심시간에 전화해서 이상한 말을 하는 아저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날 이후로 돈까스를 사러 오지 않는다. 이 아저씨는 무슨 생각으로 우리 가게에 전화를 걸어 싸인을 해달라고 했을까? 자주 가는 가게니까 해줄 거라고 생각했나? 정말 이상한 아저씨다. 이렇게 나의 고용보험을 지키고 손님을 하나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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