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고춧가루와 밥 조금

by BABO

우리 가게를 찾아주시는 모든 손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만나면 반가운 사람이 있고, 안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나는 그렇다.


그중 반갑지 않은 손님, 라면에 고춧가루와 밥 조금 아저씨. 우리 가게에는 TV가 틀어져 있다. 대부분 뉴스를 틀어놓기는 하는데, 간혹 안 좋은 이야기가 하루 종일 뉴스에서 나올 것 같은 날이면 다른 프로그램을 틀어놓는다. 안 좋은 이야기를 하루 종일 들으면 피로도가 쌓이는데, 그건 손님들도 그럴 것 같아서, 밥이라도 편하게 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틀어놓지 않는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꼭 채널을 바꾸려고 한다. 본인이 뉴스를 보고 싶어서 바꾸려고 해서 안된다고 해도 몰래 바꾸려고 한다. 처음에는 바꿀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나중에는 내가 바꿀 수 없게 설정해 두어서 마음대로 바꾸는 게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항상 라면에 고춧가루를 넣어 달라고 한다. 매운 라면을 먹고 싶으면 땡초라면을 먹으면 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아무튼 손을 한 번 더 가게 만든다. 그리고는 밥 조금만 달라고 한다. 그리고 나면 계산은 꼭 아빠한테 하려고 한다. 이유는 아빠한테는 라면값만 낸다. 두 번에 한 번꼴로 공깃밥 값을 1000원 낸다고 한다. 우리 가게 공깃밥은 1500원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것도 아빠 말이지, 대부분 라면값만 내는 것 같다. 아빠가 자리를 비워서 내가 계산하고 잔돈을 주니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봐서 "라면 5000원, 공깃밥 1500원 해서 6500원이요."라고 설명해 줬다. 엄마가 계산할 때는 잔돈 더 달라고 해서 라면값만 내고 간다고 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런저런 이유로 정말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언젠가 내가 좀 더 어른이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반갑지 않은 사람도 반갑게 맞이해 줄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마음이 더 커지면,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얼른 마음이 더 커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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